김수현이라 믿었는데…"어쩌나" 홈플러스 입점 점주들 패닉 [현장+]

안혜원 2025. 3. 1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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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인수 후 16곳 점포 문 닫아
9곳 더 폐점…지역민들은 상권 침체 우려
홍보모델 김수현이 홈플러스 마트를 방문한 후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사진=김수현 SNS


지난 12일 찾은 경기 부천 홈플러스 상동점은 어수했다. 평소 같았으면 상품과 쇼핑객으로 차 있어야 할 입점 점포 상당수가 텅 비어있었다.

매장 곳곳엔 ‘영업이 종료됐다’는 공지와 함께 ‘출입 금지’라고 쓰인 현수막이 달려있었다. 일부 매대는 재고를 털어낼 목적으로 물건 값을 원래보다 80~90% 싸게 파는 '땡처리' 용으로 운영되거나, 생활 용품 등을 쌓아놓고 깔세 매장(선납형 단기임대)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홈플러스 부천상동점은 오는 7월까지만 영업을 하고 폐점한다. 전국에서도 매출(연 4320억원 수준)이 가장 잘 나오는 곳 중 하나로 꼽혔던 점포다. 전국 매출 순위 1위에도 자주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홍보모델 김수현이 직접 방문한 사진을 SNS에 공유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7월 영업종료를 앞둔 홈플러스 부천상동점 내부. 입점 업체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가운데 '1층내 마트는 정상영업 한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안혜원 기자


홈플러스는 2013년에 이 점포를 수원영통점, 인천작전점, 대구칠곡점 등 점포와 묶어서 6225억원에 팔았다. 홈플러스가 문을 닫은 후 이 부지에는 마트 건물 대신 47층짜리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수익률 제고 방침에 따라 최근 홈플러스 점포들이 잇달아 매장 영업을 중단하면서 마트 관련 업종에 종사하던 직원들이나 마트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상인들도 생활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곳에 입점한 한 식당 사장은 “나름대로 장사도 잘 되고 단골 손님도 많이 확보했는데 또 어디서 장사를 해야하나 하다가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아예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홈플러스 직원은 “직장 근처에 터를 잡고 살았는데 폐점하면 이사를 해야하나 가족들과 상의중”이라고 밝혔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MBK가 인수한 후 영업이 이미 종료됐거나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는 점포가 25개에 달한다. 이 중 완전히 폐점한 점포는 16개다. 대구내당·부천상동·안산선부·동청주·동대문·부천소사·순천풍덕·산반여·신내점 등 9곳이 추가로 폐점을 앞두고 있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 부천상동점이 영업을 종료하고, 동대문구청 옆 동대문점도 폐점을 예고한 상태다. 이외 폐점 시기를 조율 중인 매장도 여러 군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다른 대형마트사들이 통상 점포를 정리할 때 실적이 좋지 않은 이른바 비효율 매장을 폐점하는 것과는 달리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상당수가 매출 최상위권에 속하는 ‘알짜 점포’다. 상동점을 포함해 대전둔산점(연매출 3802억원 수준)과 부산가야점(연매출 3500억원 수준) 등이 대표적이다. MBK는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을 주고 인수하면서 4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는데, 이때 생긴 차입금과 이자를 알짜 점포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갚아왔다.

입점업체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홈플러스 부천상동점 내부. 점포가 나간 자리엔 '출입 금지' 푯말이 걸려 있다. 사진=안혜원 기자


사진=안혜원 기자

특히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엔 입점 자영업자나 주변 상권 등 지역사회에서도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폐점 점포가 더 늘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대형마트가 사라지면 주변 상권도 빠르게 침체된다. 특히 홈플러스는 폐점 매장들 대부분이 상권이 잘 발달한 상권 초밀집지역 중심에 있는 마트라 영업이 종료되는 것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상권 집약도가 높은 만큼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생업을 영위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 매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한 곳이 사라질 경우 주변 상권도 크게 침체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 11월 롯데마트 도봉점과 12월 구로점이 폐점한 이후 반경 2㎞ 주변 상권의 매출이 5.3%가량 감소했고, 주중 매출과 주말 매출은 각각 5.0%와 7.8%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골목상권 매출의 경우 각각 7.5%, 8.9% 감소했다. 

폐점이 예정된 홈플러스 매장 인근에서 소아치과를 운영하는 한 원장은 “아이들을 둔 주부들을 타깃으로한 영업을 구상하면서 마트가 가까운 상권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치과를 개원했다”면서 “폐점이 예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터는 앞으로 유동인구가 줄어 영업에 지장이 생기면 어떡하나 싶어 잠도 잘 안온다”고 전했다.

한 상권 전문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 대형마트에 주변엔 촘촘한 상권이 형성되고 서로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며 "마트가 사라지면 해당 상권은 물론 유통 흐름, 다양한 상거래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들도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법정관리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나 지역 맘카페 등에는 ‘폐점 예정인 홈플러스 점포들’ 등 관련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목록에는 강동점, 수원영통점, 동청주점 등 21개가 명시돼 있다. ‘매출 부진, 일부 점포는 주상복합 완공 후 지하에 재입점’이란 문구도 있다.

홈플러스 측에선 사실 무근이란 입장이지만, 폐점 리스트에 있는 일부 목록은 실제로 홈플러스가 영업 종료를 발표한 점포들이다. 관련 게시물에는 “우리 동네 매장은 손님이 많아 매출이 전국에서도 상위권이라 들었는데 없어진다니요. 앞으로 어디로 장을 보러 가나요”, “자주 가던 곳인데 없어지면 불편할 것 같아요” 등과 같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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