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8개월째 수해 복구… 원인 규명이라도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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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비 오는 날이면 겁부터 납니다. 아직도 집 안 벽에는 그날의 흔적이 남아 있어요."
주민 이모 씨는 "새벽 시간 순식간에 집 안까지 물이 찼는데, 그날 마을은 '바다'를 연상케 했다"며 "아직도 그날 겪었던 일이 꿈에 나와 잠을 못 잘 때가 있다. 사람이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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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폭우로 제방 무너져 피해
보상금은 피해액의 절반도 안 돼… 자체 복구하느라 수천만 원 대출
주민들 “침수, 산단 공사현장 때문”… 대전 서구청 “자연재해, 보수 예정”
12일 오전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 입구에서 만난 주민 오재월 씨(89)는 텃밭 보수 작업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27가구가 살고 있는 정뱅이마을은 지난해 7월 폭우로 인근 제방이 무너져 마을이 물에 잠겼다. 당시 주민 36명이 고립돼 이층집 옥상이나 산으로 긴급 대피했고 소방본부 보트를 타고 탈출했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됐었다.
수해를 입은 지 8개월가량 흐른 현재, 마을 곳곳에선 여전히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 씨는 “우리 집은 1월부터 밭을 정비하고 다시 농사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제방 앞에 있는 논밭이나 마을 아래 비닐하우스는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3가구는 마을을 떠났다”고 말했다. 오 씨 집 마당에는 물에 잠겨 고장 난 전기 건조기, 경운기 등이 녹슨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마을 중심부에는 기존 집을 허물고 새롭게 지은 주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집은 수마가 할퀸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벽에 금이 가 있거나 흙으로 지어진 집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도로에는 가재도구와 쓰레기가 나뒹굴었고, 비닐하우스로 향하는 길은 움푹 패 있거나 콘크리트가 군데군데 깨져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여름의 아픔을 기억하며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주민 이모 씨는 “새벽 시간 순식간에 집 안까지 물이 찼는데, 그날 마을은 ‘바다’를 연상케 했다”며 “아직도 그날 겪었던 일이 꿈에 나와 잠을 못 잘 때가 있다. 사람이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마을 침수 원인을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보고 있다. 마을에서 1km가량 떨어진 거리에는 평촌일반산업단지가 조성 중인데, 마을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산업단지 공사 현장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는 주장이다. 산업단지에 들어갈 공업용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물줄기가 마을로 넘어오게 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주민들은 수해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대전 서구청은 자연재해로 보고, 제방 개·보수로 재발을 막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채홍종 피해대책위원장은 “피해 원인이나 추가 보상을 받기 위해선 ‘소송을 하라’는 식으로 구청에서 말하고 있어 답답한 심경”이라며 “올해 장마가 오기 전까지 서둘러 복구 작업을 마쳐야 하는데, 아직도 임시로 제방이 설치돼 있고 도로도 방치된 수준으로 정비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복구 작업을 지자체가 서둘러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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