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평화유지군 탄력붙을까…美안전장치·러 반대 한계
20개국 관심에도 영·프 외 파병엔 머뭇…억지력 확보 구체화 작업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30일 휴전안에 동의하고 러시아에 수용을 압박하는 가운데 유럽도 전후 평화유지군을 포함한 '의지의 연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추진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면박한 이후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우크라이나를 유리한 입지에 올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30일 휴전안과 군사지원·정보공유 재개에 합의한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회담에서도 유럽이 물밑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BBC 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너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회담에 앞서 마이크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프랑스·독일 당국자와 휴전 계획, 후속 조치를 짜기 위해 함께 작업했다고 전했다.
파월 보좌관은 지난 주말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일시적 전투 중지, 전쟁포로 교환과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어린이 귀환을 통한 신뢰구축 등 방안의 초안 작성도 도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직접 협상을 추진한 이후 종전 논의에서 배제되는 듯했지만 유럽의 노력이 모처럼 통한 셈이다.
실제로 회담 직후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담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했고 공은 러시아에 넘어갔다며 한목소리로 러시아를 압박했다.
유럽은 이어 전후 안보 확보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34개국 군 참모총장, 군 대표가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에 관한 회의를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안보 보장을 위해 "구상에서 계획으로 움직일 때"라고 강조했다, 12일에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5개국 국방장관이 파리에 모인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회동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미래와 유럽의 안보에 결정적인 순간에 섰다"며 "E5(유럽 5개국)로서 유럽 안보에 더 많은 책임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국방 소식통은 텔레그래프에 "유럽에서 가장 많은 방위비를 쓰는 5개국이 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무력 과시가 러시아를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주요국은 그러면서 최대한 많은 국가를 참여시켜 '의지의 연합'을 확대하려 한다.
스타머 총리는 15일 세계 각국 정상과 화상 회의를 주재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연합 참여에 관심을 보여 실무급 회의를 했던 유럽과 영연방 국가를 중심으로 약 20개국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지의 연합이 어떤 식으로 구성될지, 어느 범위의 역할을 맡을지는 구체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참여 의지를 보인 국가 중에서도 실제 파병 의사를 밝힌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뿐이며 다른 국가들은 후방 지원 의사를 내비치는 정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폴란드는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 대신 병참 지원을 제안했으며 노르웨이는 어떤 식으로든 연합에 기여하고자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지원은 약속하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평화유지군 구상을 꺼리는 분위기다. 독일과 스페인은 아직 말하기에 이른 단계라는 입장이고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벨기에는 필요시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한다.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는 지원 의사를 밝혔고 호주의 경우 스타머 총리가 이번 주말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통화해 합류를 끌어내려 한다.
평화유지군의 규모도 3만명 미만부터 3만∼5만명 수준까지 다양하게 거론된다.
러시아가 합의된 휴전 또는 종전을 위반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억지력을 갖출지도 앞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구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재침공 의지를 접을 만큼 군사력을 갖춘 연합군을 창설하는 것이라고 AP 통신은 서방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평화유지군 성사의 관건은 유럽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미국의 '안전장치' 약속이다.
유럽은 공중 지원과 정보, 정찰 능력 등 미국의 군사적 안전장치가 있어야만 평화유지군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 개입에 부정이다.
유럽 주요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지원을 제의하기를 기다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우크라이나에서 중대한 작전을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지켜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상황이라고 영국 당국자들은 FT에 말했다.
러시아의 반대도 종전 협상에 평화유지군이 포함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에 유럽 평화유지군이 파병되는 것은 일절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나토의 확장이라는 것이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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