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속세 대수술, 세수결손·부자감세 대책 있나
지출 증가 대비해 세원도 발굴해야
정부가 75년 만에 상속세를 대폭 손봤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유산세를 유산취득세 개념으로 바꾸는 상속세 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과세 기준이 자손에 물려주는 전체 상속재산에서 상속인이 받는 실제 상속액으로 전환된다. 피상속인에서 상속인 중심으로 변경되는 셈이다. 과세 원칙인 납세자 담세 능력에 따라 부과해 과세 형평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일괄공제를 없애고 자녀·배우자공제 등 개별공제를 대폭 확대했다. 이달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5월 중 국회를 통과하면 2028년 시행된다. 기재부는 “대부분 국가에서 유산취득세 개념으로 과세한다. 우리도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최고세율 인하와 주식을 상속받은 뒤 팔 때 세금을 내는 자본이득세 도입은 빠졌다. 중소기업인들이 요구한 가업상속세 공제 확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안 대로 시행하면 중산층 이상 부자들이 혜택을 본다. 특히 서울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다. 서울 시민을 중심으로 평생 벌어 자녀에게 아파트 한 채 물려주는 데 상속세가 과도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거래액은 10억4000만 원이다. 서초구는 25억 원에 달했다. 자녀 3명이 15억 원 재산을 물려받을 때 그동안 3명이 8000만 원씩 상속세를 내야 했으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유산세 개념은 누진세 의미를 담았으나 유산취득세는 이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면세 기준이 1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상승한다.
정부는 연간 2조 원의 세수가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 그래도 세수가 부족한데 정부는 이를 메울 방법을 밝히지 않았다. 세제 개편으로 총국세에서 감소되는 비중은 0.6%에 그친다는 말만 했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총국세는 336조5000억 원이었다. 이 중 상속세는 2.8%인 9조6000억 원이다. 정부안은 위장 분할과 우회상속으로 조세를 회피하기 쉬운 구조다. 유산을 최대한 쪼개 과표 이하로 신고할 가능성이 크다. 친·인척 등에 재산을 나누거나 양자를 들이는 식이다. 기재부는 10년인 부과 제척기간을 15년으로 늘리고, 적발되면 위장 분할 관여자들이 덜 낸 세금을 추가 납부하는 비교과세 특례를 신설해 대비한다고 한다.
정치권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는 여야간 이견이 없을 정도다. 감세 경쟁도 좋지만 부족한 세수는 누가 채울 것인가. 복지정책 확대로 지출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대안도 내놓아야 마땅하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기조로 나라 곳간에 구멍이 난 지 오래다. 지난해 나라 살림 적자가 28조 원(통합재정수지 기준)이라고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새로운 세원 발굴에도 신경을 쏟아야 하겠다.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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