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범' 이설, 이토록 신선하고 강렬한 여성 빌런이라니! [영화人]

김경희 2025. 3. 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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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범'에서 어머어마한 에너지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설을 만났다. 2016년부터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동을 해 온 이설은 매번 다른 이야기로 자신만의 연기를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영화 '침범'을 통해서는 이설이라는 배우가 가진 독보적인 연기력을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끔 보여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 '침범'(각본/감독: 김여정, 이정찬)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다.

영화에서 해맑은 얼굴의 침입자 '해영'을 연기한 이설은 "본능적으로 엄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받을 즈음에 '내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하긴 했지만 상업영화에서 이 정도 큰 비중의 역할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작품에 엄청난 매력을 느껴 출연하게 된 것임을 알렸다.

'본능적'으로 이끌렸다는 이설은 이 작품을 통해 '본능적'인 인물은 어떤 것인지, 본능적으로 하는 연기가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스스로도 "하얗게 불태우면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정말 열심히 했다. '침범'이라는 영화는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작업이었다. 작품을 하면서 내가 이 일을 너무 좋아한다는 걸 느꼈고, 현장에서 다 태웠다고 생각했는데도 집에 가면 더 잘할걸이라는 욕심이 생기더라."며 얼마나 열정적으로 빠져들어 연기를 했는지 이야기했다.

이설은 "캐릭터를 만들면서 감독님을 많이 괴롭혔다. 제가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10시간이 넘게 하는데, 그렇게 많이 이야기를 하면 감독님께서 걸러주시면서 빌드업을 했다."며 쉽지 않은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 갔는지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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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변성기 오기 전의 소년 같길 바랐다. 제가 캐릭터 만드는 과정을 너무 좋아한다. 혼자 핀터레스트에서 이미지들을 찾고 그걸로 ppt를 만들어가며 재미를 느끼는데, 원래 시안에도 짧은 머리였지만 제가 원하는 대로 파마머리를 하고 동묘에서 산 것 같은 가죽점퍼를 입고 싶었는데 찰떡같이 그런 이미지로 만들어 주셨더라. 작품 속에서 속옷을 입는 장면도 원래는 없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자기 집에 속옷차림으로 있으면 진짜 기분이 나쁠 것 같아서 제가 가진 가장 볼품없는 속옷을 가져가 입고 촬영하면 안 되냐고 제안했었다. 그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마구 던지고 감독님이 오케이 해주시는 것에 한해서 촬영을 했다"며 장면 속 작은 스타일링이나 설정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많은 고민과 상의를 하며 만들어 갔음을 덧붙였다.

외적인 스타일뿐 아니라 연기에서도 이설의 아이디어는 많이 반영되었다. "절대로 어디서 본 것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저만의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외로움, 절망, 분노, 질투를 넣으려고 욕심을 많이 냈다. '도둑고양이' 이야기를 하면서 권유리의 목을 안는 장면도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안 듯이 매달리듯 안기는 걸로 비뚤어진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또 현경 이모와 요리 준비를 하면서도 나만의 경고를 보여주기 위해 계란말이 하던 칼을 들고 뒤에서 끌어안는 장면을 만들었다."라며 관객들의 심정을 아찔하게 했던 장면을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들었음을 알렸다.

영화의 후반부 배우 권유리와 함께 격렬한 액션신을 선보인 이설이다. "권유리의 눈에서 불이 나오는 것 같더라. 시간도 없었고 스토리상 다시 찍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한 번에, 원테이크로 찍어야 하는 장면이었다. 권유리가 너무 잘해서 권유리만 믿고 찍었다. 죽기 살기로 했는데 잘 담긴 것 같다"며 함께 연기한 권유리의 액션을 칭찬하는 이설이었지만 이설이 보여준 폭발적인 광기도 대단했었다.

그는 "제 몸에 불꽃같은 조명을 달고 연기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그 액션 후반부에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야 했는데 그동안 쌓인 게 있었는지 신기하게 소리를 지르니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더라."라며 액션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음을 고백했다.

이 장면 때문에 몸에 화상을 입은 특수 분장까지 하게 되었지만 이설은 "화상 분장하는데 4시간 정도 걸리더라. 4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손으로 뭘 잡을 수도 없어서 너무 힘들었지만 의외로 재미있더라. 분장만 했을 뿐인데도 진짜 아픈 것 같고 감각도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신기했다"며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해봤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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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을 보는 관객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독특한 이설만의 호흡법과 대사법이 있는데 이게 이설을 매력 있는 배우로 만들어 주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또한 미소 지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는 따라 하기도 힘들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배우로서 큰 자산이라는 칭찬에 이설은 부끄러워하며 "계산한 건 아니다. 평소에 말투가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긴 했다. 툭툭 뱉는 말투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런 게 호흡에 같이 실려 나오는 것 같다. 자랑같이 들릴 수 있지만 저는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편"이라며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자평했다.

앞서 이 작품을 제안받을 당시 연기를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했다는 이설은 "자신감이 없었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를 믿기 어렵고, 어느 순간부터 제가 너무 작아졌다"며 요즘도 이런 생각으로 고민이 많다는 고백을 했다.

하지만 '침범'을 본 관객이라면 이설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에 큰 의문을 가지게 될 것.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분명 많지만 이설같이 독보적인, 이설만의 분위기로 연기를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침범'이라는 영화의 내용도 파격적이고 잘 만들었지만 이 이야기를 채워준 배우들의 열연이 없었더라면 잘 만들어질 수가 없었을 것.

스포 때문에 이설이 연기한 '해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깝다. 관객들이 작지만 잘 만든 영화 '침범'을 많이 보고 영화를 살아 꿈틀거리게 만든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직접 느껴보면 좋겠다.

영화 '침범'은 오늘(3월 12일) 개봉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935엔터테인먼트, (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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