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가 필요한 이유 [크리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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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는 원래 음악 용어였다.
클래식과 현대 음악 장르들의 조합을 의미하던 것이 문화 전반으로 확장해 원래 의미를 넘어 타 장르를 넘나드는 통문화 현상을 지칭하게 되었다.
건축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또 다른 크로스오버 명작은 놀랍게도 우리가 로터리라고 부르는 회전교차로이다.
사고 절감과 교통 효율을 인정받은 로터리 시스템은 곧 프랑스 전역에 퍼졌으며 전후 세계로 수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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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진 | 프랑스 국립 건축가
‘크로스오버’는 원래 음악 용어였다. 클래식과 현대 음악 장르들의 조합을 의미하던 것이 문화 전반으로 확장해 원래 의미를 넘어 타 장르를 넘나드는 통문화 현상을 지칭하게 되었다. 내 직업인 건축에서도 크로스오버의 예를 흔히 본다.
일반적으로 가구 분야는 장인이나 전문 디자이너의 영역이었다. 특히 의자는 가구 디자인의 꽃으로 불리는 분야인데 수많은 명작 중 의외로 건축가가 디자인한 걸작이 꽤 있다. 대표적인 게 르코르뷔지에 의자, 미스 반데어로에의자 등이다. 이런 의자들은 기술적으로 필요한 구조체와 기능적으로 필요한 내·외벽이 서로 분리될 수 있다는 건축가의 건축 철학이 가구로까지 확장한 예들이라 더 특별했고 그 역사적 가치 때문에 지금껏 사랑받고 있다.
건축가가 크로스오버하는 분야에는 토목 분야의 교량도 있다. 나도 관심 많은 분야고 실제로 가끔 설계하기도 한다. 구조공학의 꽃으로 불릴 만큼 토목 분야의 기술적 집약체인 교량에 가장 괄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긴 건축가는 뭐니 뭐니 해도 에펠탑으로 유명한 구스타브 에펠(1832~1923)일 것이다. 돌과 벽돌을 쌓아 건물과 다리를 만들던 시대, 이쑤시개같이 철로 300미터를 올린 타워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전에 이미 그는 200미터 폭의 강을 건너는 철제 다리를 건설했을 만큼 엔지니어 영역까지 발을 넓힌 당대 최고의 건축가였다.
건축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또 다른 크로스오버 명작은 놀랍게도 우리가 로터리라고 부르는 회전교차로이다. (사실, 이 둘은 진입우선권에 따라 구분되나 여기선 통칭하자) 일반적으로 도로 분야는 토목공학자들의 영역이다. 그런데 도로를 깔다 보면 반드시 다른 도로와 교차하는 지점, 즉 교차로가 생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그것이 마차나 자동차처럼 빠른 속도라면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엔 안내원의 수신호로 오늘에는 전기 신호등으로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쪽은 멈추게 해야 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경찰관이 없거나 신호등이 고장이라도 나면 시스템은 ‘녹다운’되고 교통은 마비된다.
19세기 파리가 거미줄 모양의 방사형 도로체계로 재편되면서 당시 주 운송수단이던 마차들의 정체 문제가 대두한다. 특히 교통중심지였던 개선문 광장 교차로에는 무려 12개의 도로가 모이는 데다, 정지속도가 늦은 마차의 특성 때문에 교통 혼잡은 극에 달했다. 이에 당시 유명한 건축가 외젠 에나르는 17세기 프랑스 왕궁의 조경기법 중 산책로에 자주 사용되던 회전교차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 최초의 로터리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시스템은 교차로 진입 차량의 속도를 줄여 사고위험을 줄이면서도, 멈춤 없이 회전 통과하게 유도하기 때문에 혁명적이었다. 사고 절감과 교통 효율을 인정받은 로터리 시스템은 곧 프랑스 전역에 퍼졌으며 전후 세계로 수출됐다.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도입해 그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100년도 넘은 이 로터리를 새삼 떠올린 이유는 따로 있는지도 모르겠다. 각각 다른 방향에서 모이는 차들의 방향을 공통된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그 통합의 방식 때문이다. 로터리 내에서는 오직 한 방향(반시계 방향)으로만 순환하기에 아무리 진행 방향이 다른 차량도 일단 거기에 들어오면 자연스레 따르게 된다. 그 원리에 자꾸만 눈이 가는 진짜 이유는 요즘처럼 한 생각과 다른 생각이 서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시절이라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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