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사라" 일색인데 "팔아라" 리포트 3건 등장…더 늘어날까

천현정 기자 2025. 3. 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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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2025년 3월12일까지 증권사에서 발간된 투자의견 '매도' 및 '비중축소' 리포트./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매도'(Sell) 리포트가 눈길을 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드문데 최근 들어 잇따라 등장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간된 종목 리포트는 4417개 가운데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한 리포트는 3개다.

지난달 14일 DS투자증권의 양형모 연구원이 HD현대건설기계에 대해 분석한 리포트가 올해의 첫번째 매도 리포트였다. 양 연구원은 증권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감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며 국내 건설기계 업체의 주가 수익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짚었다. HD현대건설기계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2단계 낮췄다.

지난 6일 미래에셋증권의 임희석 연구원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는 SOOP(옛 아프리카TV)에 대해 '디레이팅 불가피, 투자의견 '매도'로 하향'이라는 리포트를 발간했다. 임희석 연구원은 숏폼 등장 이후 국내 및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의 업황이 확실히 쇠퇴하고 있어 과거의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희석 연구원은 지난달 13일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단기 매수'(Trading Buy)로 한 차례 조정한 바 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단기 매수'에서 '매도'로 한 단계 더 낮춘 것이다. 리포츠가 발간됐던 당일 SOOP 주가는 각각 -11.5%. -9.68% 등락률을 보였다.

메리츠증권의 이효진 연구원도 지난 11일 넥슨게임즈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낮췄다. 넥슨게임즈의 신작 라인업이 없고 구작 역시 부진한 성과를 보여 올해 반등을 기대할 요인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아직 상반기가 다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는 올해 매도 리포트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발간됐던 종목 리포트 2만426개 중 매도 리포트는 4건이었다. 사실상 매도로 해석되는 '비중축소' 의견 리포트도 5건에 그쳤다.

지난해 매도 및 비중축소 의견이 제시된 종목도 9건 중 7건이 에코프로비엠으로 쏠려 있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7건 리포트 중 4건은 유진투자증권의 한병화 연구원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이차전지 업황 부진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주가가 조정받고 있다. 한병화 연구원은 2023년 5월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처음으로 '매도'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다.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애널리스트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는 법인 고객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참고할만한 분석 자료를 제공한다. 투자자들에게 공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매도' 의견을 냈는데 분석 대상이 되는 기업이 기업 탐방을 불허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기관 투자자들 위주로 리포트를 제공하는 해외 증권사와 달리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홈페이지에 상당수의 리포트를 무료로 공개한다. 업계 관계자는 "종목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도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해당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로부터 테러에 가까운 항의성 연락을 받는다는 애널리스트가 여전히 다수"라고 했다.

최근 몇몇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이 등장한 건 반가운 일이지만 '매수' 관행 생태계 개선은 요원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Buy'(매수)에 쏠려있는 건 미국에서도 제기되는 문제"라면서도 "한국처럼 시클리컬(경기민감) 업종의 주가 변동성이 큰 시장인데 대부분 '매수' 리포트가 대부분인 상황이 오랜 기간 굳어져, 애널리스트의 신뢰도 문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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