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여명 탄 기차에 파키스탄 반군 총격, 최소 10명 사망…77년 분쟁의 비극

윤기은 기자 2025. 3. 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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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 “우리 소행…정치범 등 48시간 내 석방을”
1948년부터 발루치족 독립 요구하며 분쟁 지속
파키스탄 당국, 발루치스탄행 전 열차 운행 중단
기차에서 무장 반군의 공격을 받고 보안군에 의해 구조된 승객들이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퀘타의 기차역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키스탄 반군이 열차에 총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최소 10명의 시민이 숨졌다. 파키스탄 보안군은 탑승자를 납치해 인질로 삼고 있는 반군과 대치 중이다.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일간지 돈에 따르면 무장반군 대원 수십명은 전날 파키스탄 중북부 마슈카프 지역의 터널을 지나가던 기차에 총격을 가하고 열차 승무원과 승객 일부를 납치했다. 이 열차에는 사건 당시 450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으며, 기관사와 승무원 8명 등 최소 10명이 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파키스탄 경찰 관계자는 보안군이 현장에 출동한 뒤 승객 104명이 구조됐으며, 이 중 1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또 보안군이 반군 16명을 사살했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기차는 9량 규모로, 당일 오전 9시쯤 발루치스탄주 퀘타에서 출발해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로 향하고 있었다. 철도 관리자들은 이날 오후 1시쯤 기차가 공격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발루치스탄주 경찰 간부인 라나 딜라와르는 반군이 승객 신분증을 확인하며 발루치스탄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을 찾아냈고, 일부 무장 세력은 승객 30여명을 납치해 산으로 끌고 갔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또 나머지 반군은 기차에 남아 승객들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발루치족 민족주의 무장 단체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발루치스탄 정치범과 독립운동가 등을 48시간 내 석방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파키스탄 보안군의 개입이 계속되고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인질들을 처형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들은 현재 기차에 승객 245명이 남아있고, 자신들이 파키스탄군 소속 무인 항공기를 격추했으며, 출동한 군인 3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또 열차 승객 중 여성과 어린이, 노인, 발루치스탄 주민은 안전하게 석방했다고 주장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테러리즘이라는 괴물을 상대하는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반국가적 요소의 사악한 의도가 성공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전 국민은 보안군을 지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발루치스탄을 들르는 모든 열차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

발루치족 민족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2000년대에 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BLA는 아프가니스탄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각종 광물 자원이 많이 매장된 발루치스탄 지역에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 사업을 진행하자 “파키스탄 정부와 외국 자본이 지역 자원을 착취한다”며 파키스탄 내 중국인을 표적으로 테러도 벌였다.

발루치족 민족주의 세력은 1948년 발루치스탄 분쟁 사건을 시작으로 꾸준히 독립을 요구하며 테러를 벌였다. 분쟁이 일어나기 한 해 전, 파키스탄은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로부터 독립에 성공했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지에서 살았던 발루치족의 칼라트칸국 역시 독립을 원했지만, 영국과 파키스탄이 칼라트칸국의 요구를 묵살하면서 이 분쟁이 시작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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