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있어도 행복해” KIA에 154km 팍팍 뿌리는데 1군 데뷔 못한 파이어볼러…이제 이의리는 NO.2

김진성 기자 2025. 3. 12. 1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원빈/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고 있어도 행복해.”

야구는 팀 스포츠지만 개인스포츠다. 팀이 져도 내가 잘 치고 잘 던지면 퇴근길에 차에 시동을 걸며 미소가 스르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선수는 개인사업자다. 단순히 말해서, 잘 하는 선수가 많은 팀이 잘 하는 게 야구다.

홍원빈/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10일 시범경기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마치고 KIA 타이거즈에서 그런 선수가 있었다. 우완 육성선수 홍원빈(25)이다. 홍원빈은 이날 8회말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1볼넷 무실점했다. 공 9개로 1이닝을 정리했다.

역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최고 154km의 패스트볼이었다. 9개의 공 중 8개가 포심이었고, 140km대는 한 개도 없었다. 마지막 타자 박민우에게 149km 투심을 뿌린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포심을 던지려고 하다 손에서 살짝 공이 빠졌을 수도 있다.

이렇게 빠른 공을 던지는데 정작 1군에는 데뷔조차 하지 못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9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입단했다. 신장도 195cm로 매우 좋다. 위에서 내리꽂는 각도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이어볼러의 숙명, 제구와 커맨드, 경기력의 일관성에 대한 숙제를 풀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통산 31경기서 2승15패 평균자책점 12.56. 탈삼진 44개에 사사구 107개. 도저히 1군 데뷔를 하지 못하고 육성선수 신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홍원빈은 오키나와 시리즈서 2경기서 1.1이닝 1탈삼진 1볼넷 2실점, 평균자책점 0.75로 괜찮았다. 사실 결과만 이랬을 뿐, 2월27일 LG 트윈스전서 폭투, 실책과 비자책 2실점, 홈 악송구 등이 섞여 최악의 투구를 했다. 비자책도 평범한 타구에 펌블한 자신 때문이었다. 주자가 나가니 갑자기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시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특별 해설을 하던 양현종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인데…”라고 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공을 던져야 한다며, 그건 코치도 선배도 아무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라고 진심으로 충고하기도 했다. 정말 그게 맞다.

그래서 시범경기지만, 비록 기울어진 경기였지만, 그날 홍원빈의 1이닝 무실점은 의미 있었다. 11일 시범경기 창원 NC전을 앞둔 홍원빈은 전날 등판을 돌아보며 “엄청 동기부여가 된다. 1군 무대에 올라도 내 호흡 잃지 않고 긴장감에 지지 않고, 떳떳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라고 했다.

LG전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다. 홍원빈은 “의기소침하기엔, 너무 오랫동안 준비한 무대였다. 오래 전부터 상상만 하고 있었다. 그런 걸 깨려고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분이 도와준다. 이렇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운이 좋은 것 같다”라고 했다.

NC전 쾌투에는 “팀이 지고 있었지만, 덕아웃 선배님들, 관중석 팬들이 너무 축하해줬다. 너무 행복했다. 프로 입단하고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스피드는 전혀 체크하지 않았고, 공 하나를 전력으로 던지려고만 했다”라고 했다.

지난 겨울 사비 약 1500만원을 들여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를 다녀왔다. 홍원빈은 “원래 여기서 코치님들과 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게 있었다. 그게 조금 풀린 느낌이다. 드라이브라인을 다녀와서 뭔가 엄청나게 바뀐 건 아니다”라고 했다.

5월이면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신분이 올라갈 수도 있다. 홍원빈은 “원래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무서웠다. 멘탈 쪽으로 공부도 많이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차가 많이 쌓이니까 긴장감이 없어지긴 하는데 다른 선수들처럼 신인 때부터 잘 했으면 그런 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스스로 찾아다니면서 하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라고 했다.

홍원빈/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홍원빈이 혹시 1군에 데뷔하면 단숨에 KIA의 파이어볼러 서열 1위에 오른다. 현재 1군에서 홍원빈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없다. 이의리가 150~151km 수준이고, 조상우와 임기영은 스피드를 올렸어도 140km대 후반이다. 마무리 정해영 역시 150km대 초반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