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IG, 정부·국회 중재에도 이라크 수출 협상 ‘평행선’
중거리 지대공(地對空·지상에서 공중으로 향함) 유도무기 천궁Ⅱ(M-SAMⅡ)의 이라크 공급계약 이후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와 LIG넥스원 간 세부 협상이 수개월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개발에 참여한 업체가 가격과 납기에서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방위산업 업계에선 대공 방어체계의 주도권 경쟁이 본질이라고 본다. 천궁부터 L-SAM(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대공 방어망 수출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방산업계와 군 당국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은 지난달 25일 방위사업청(방사청)에서 석종건 청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와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 등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갈등 당사자인 해당 업체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정보 공유를 더 많이 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화와 LIG넥스원이 협력에는 동의했지만, 아직 가시화된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화나 LIG넥스원 모두 이라크 협상의 주도권을 원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체계통합 업체가 수출 협상을 주도해 온 관례가 있고, 미사일이 표적을 타격하는 핵심 기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한화 측은 천궁Ⅱ 개발에 2개사가 참여하는 등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LIG넥스원은 천궁Ⅱ의 미사일과 체계통합을 담당했다. 한화에어로는 발사대를, 한화시스템은 탑재 레이더를 개발했다.
생산 대수 등 실무적인 문제도 완전한 합의를 늦추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라크와의 계약 내용이 완전히 공개돼야 몇 대를 생산할지 정할 수 있는데, 각 사간 정보 공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간 납품 단가 협상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 부분은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 회사의 갈등은 작년 9월 LIG넥스원이 한화에어로 등과 가격이나 납기 등 협의 없이 이라크와 천궁Ⅱ의 포괄적 계약을 맺으면서 불거졌다. 갈등이 계속되자 작년 11월 국회에서도 중재 회의를 마련했다. 이 회의에서는 이라크 수출 성공이라는 큰 목표만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협상의 주도권은 수출 가능성이 있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과도 연관돼 있다. L-SAM 개발 과정에도 LIG넥스원과 한화 방산 계열사가 천궁Ⅱ와 유사한 구조로 참여했다. 이번에 업체간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중동의 다수 국가는 천궁Ⅱ와 L-SAM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SAMⅡ 개발에 나선 방사청도 천궁Ⅱ부터 L-SAMⅡ까지 이어지는 한국형 다층 방공망 체계의 수출로 확대되길 원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양측이 공고히 협력하기로 했고, 정부도 적정한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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