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추종이냐 대안이냐" 한국산 LFP배터리 딜레마 [분석+]
시장 주도하는 中 LFP배터리
값싸고 안전한데 단점도 개선
다만 폐배터리 재활용은 숙제
숙제 해결하면 韓 LFP도 기회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위기에 몰려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내연기관차 중심 정책과 중국의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이 맞물려 시장은 좁아지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대내적으로는 전기차 화재의 트라우마, 안전성 높은 인산철(LFP) 배터리 선호, LFP배터리의 약점 보완 등으로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꽉 막힌 활로를 어떻게 뚫어야 할까.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2/thescoop1/20250312102513496fxkp.jpg)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냉랭하다.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ㆍChasm)'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 시장의 부흥을 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내연기관차 부흥 기조는 일정 기간 내에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할 거라고 밝힌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선언마저 흔들어놓을 정도다. 당연히 전기차 시장 성장세도 꺾일 가능성이 높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강하게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압도적인 1위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기업의 국적은 중국이 67.1%, 한국이 18.5%, 일본이 3.9%를 차지했다. 3개국의 시장점유율은 전체의 89.5%다.
물론 중국의 경우 내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감안하면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유럽과 중동, 동남아 등으로 진출하면서 점점 '안방'을 벗어나고 있다는 거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대외환경뿐만이 아니다. 내부 악재도 숱하다. 먼저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아직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고의 수사 결과가 '원인불명'으로 결론 난 탓이 크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전기차의 배터리는 삼원계(NCM) 배터리다. 소비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안전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인산철(LFP) 배터리로 쏠린다.[※참고: 삼원계(NCM) 배터리는 구성 요소가 니켈과 코발트, 망간인 배터리다. 망간 대신 알루미늄이 쓰이기도 한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LFP배터리보다는 NCM배터리의 미래가 더 밝았다. NCM배터리가 더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어서다. LFP배터리는 사각 형태여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도 짧았다.
하지만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LFP배터리의 약점을 보완한 제품들을 계속 내놓으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다 LFP배터리가 NCM배터리보다 가격이 낮고, 안전성도 높다는 평가가 더해지고 있다. 당연히 LFP배터리의 인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선 전기차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사진|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2/thescoop1/20250312102514801ufye.jpg)

아쉽게도 NCM배터리는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의 주력 품목이고, LFP배터리는 중국 제조사들의 주력 품목이다. 현재 중국은 두가지 배터리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LFP배터리와 NCM배터리의 보급비율은 8대 2 정도다. 반면 국내 배터리3사는 내년에야 본격적으로 LFP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배터리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LFP배터리에 무작정 올인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중요한 고려사항이 하나 있어서다.
사실 LFP배터리는 장점이 많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LFP배터리는 수명이 다했을 때, 재활용할 수 있는 원자재가 거의 없어 NCM배터리보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거다.
물론 이런 주장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LFP배터리는 재활용 가치가 떨어지지만, 배터리를 제조할 땐 NCM배터리보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NCM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등 여러 소재를 채굴하고 활용하기 때문에 많은 오염원을 배출한다. 하지만 LFP배터리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두 배터리의 제조 시점과 재활용 시점을 동시에 따져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이를 토대로 LFP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을 받을 때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인정한다고 해도 재활용의 한계는 변하지 않는다. LFP배터리를 재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원자재는 투자비용 대비 15% 수준에 불과하다. 얻을 수 있는 리튬의 양도 매우 적다.
향후 LFP배터리에서 얻는 리튬의 가격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선 리튬 가격마저 발밑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와 달리 NCM배터리는 투자비용 대비 95%까지 원자재를 재활용할 수 있다.
필자가 "LFP배터리는 훗날 골칫거리가 될 수 있으니 폐기 처분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LFP배터리를 수거해서 보관할 장소 마련,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 배터리 원자재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 '생산자재활용책임(EPR) 제도' 도입 등이다.
EPR 제도는 전기차나 배터리를 제조한 제작사가 폐배터리를 책임지고 회수하도록 '폐배터리 회수를 의무화'하는 거다. 만약 이 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면 신형 전기차 판매 시 환경개선 부담금을 더 내는 방법도 있다.
![LFP배터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2/thescoop1/20250312102517440cjlz.jpg)

'아직 LFP배터리가 많지도 않은데 무슨 걱정이냐'고 한다면 오판이다. 이미 국내 시장에는 LFP배터리를 장착한 버스와 트럭, 승용차가 숱하게 팔리고 있다.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제조한 테슬라 전기차 '모델3'는 LFP배터리를 달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3만대 이상 팔렸다. 폐LFP배터리는 훗날 국민 세금으로 치워야 할 쓰레기인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아무리 급해도 무작정 LFP배터리를 추종하기보다는 최소한 대안을 만들면서 따라가야 한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배터리 생산 시점에서부터 친환경성을 고려해 평가하고, 폐기 처분 비용까지 산정해 가치를 매겨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제조 시점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한다는 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게 아니라 길을 개척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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