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돌하르방] ④ '사고싶은' 제주 굿즈 만들어도…"문제는 유통입니다"
"제주 최대 관문 제주공항과 유명 공영관광지에 매장 있었으면…"
[※편집자 주 =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천300만명을 넘었지만, 비중이 큰 내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감소세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때 끊겼던 단체 크루즈여행 재개에 의존해 증가세를 유지하는 게 현실입니다.
제주 경제의 핵심인 관광산업이 풀기 어려운 여러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제주가 가진 천혜의 기후와 자연환경이라는 관광자원에 '금상첨화'가 될 제주만의 살거리를 개발하는 것 역시 해묵은 숙제입니다.
제주의 관광기념품은 돌하르방과 감귤초콜릿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제주 관광기념품 변천사를 짚어보고 관광기념품 업계의 현주소, 경쟁력 있는 제주 관광 굿즈를 만드는 사람들, 전문가들의 제언 등을 소개하는 기사 5편을 송고합니다.]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 관광기념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다수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중국산 대량 생산 제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담은 동시에 예쁘고 품질 좋은 제주 관광기념품을 만든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관광기념품 공모전 상위 입상자인 나무비 정남인 대표와 블루자 김태관 대표, 주식회사 파란공장 조남희 대표를 지난 8일과 9일 만나 기념품 개발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받고, 제주 관광기념품 업계의 해결 과제를 들었다.
제주 문화 담은 고품질 기념품으로 승부
나무비 정남인 대표는 2024년 제주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제주 정주석 방향제'로 일반 부문 은상을 받았다.
정주석은 구멍이 3개 뚫린 현무암 기둥이다. 정주석 사이에 걸어놓는 나무 막대인 정낭과 함께 옛 제주에서 대문을 대신했다.
정주석 방향제는 처음 현무암으로 제작을 시도했지만, 방향제로 활용하기에 무게가 무거워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된 특허 소재인 발포세라믹으로 최종 제작됐다.
뒷부분은 자석으로 클립을 탈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차량용 에어컨 송풍구 방향제뿐 아니라 책상 위에 세워 놓는 오브제나 냉장고에 붙이는 마그넷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향도 '비 오는 사려니숲길', '한라산 구상나무', '감귤밭' 향 등으로 제주를 담았다.
![2024 제주관광기념품 공모전 일반 부문 은상 '제주 정주석 방향제' [촬영 백나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2/yonhap/20250312090202066ttgl.jpg)
![2024 제주관광기념품 공모전 일반 부문 은상 '제주 정주석 방향제' [제주도가 지원하고 제주관광협회가 운영하는 여행플랫폼 '탐나오'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2/yonhap/20250312090202184ngao.jpg)
김태관 대표가 만든 '제주 바당('바다'의 제주어) 마그넷'은 2023년 제주관광기념품 공모전 일반 부문 금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만든 마그넷은 실제 바다 자원을 활용해 각 해변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흔히 보던 마그넷과는 다른 특별함을 갖는다.
모래나 자갈로 바닥을 만들고 다양한 색소를 섞은 레진을 부어 제주 바다 특유의 색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중문색달·곽지·협재해수욕장과 쇠소깍 검은모래·알작지 해변, 우도 서빈백사를 재현해 냈다.
코로나19 때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했다는 김대표는 "당시 내게 위로와 감명을 준 바다를 마그넷에 담았다"고 말했다.
마그넷보다 크기가 큰 코스터는 2022년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만든 기념품은 한 달에 1천개가량 팔릴 만큼 인기가 많다.
조남희 대표는 2021년 공모전 당시 '제주한잔 전통주 미니어처 5종 세트'로 금상을 받았다.
제주지역 전통주 양조장 모임인 제주술생산자협동조합과 협력해 만든 이 기념품은 차조와 감귤, 섬오가피, 메밀 등 제주 특산물로 만든 양조주 4종(오메기술·니모메·귤로만·녹고의 눈물)과 증류주 1종(메밀이슬)으로 구성됐다. 용량은 개당 80㎖다.
패키지에도 유채꽃과 돌하르방, 한라봉, 야자수 등 제주 상징물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졌다.
조 대표가 이끄는 파란공장은 사회적기업으로, 기념품 제작 시 취약계층과도 협업해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다양한 제주 술이 궁금해도 한병째 사서 맛보기는 부담스러운 관광객의 취향을 저격해 최근 5년간 입상한 제주기념품공모전 수상작 중 상위 매출 상품으로 꼽혔다.
![2021 제주관광기념품 공모전 금상 '제주한잔 전통주 미니어처 5종 세트' [촬영 백나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2/yonhap/20250312083015469ghgc.jpg)
판매 수수료 '부담'…"직접 판매 말고는 답 없어"
보자마자 "어디에서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절로 나올 만큼 매력적인 기념품을 만들었지만, 판매와 유통은 모두의 숙제였다.
정남인 대표가 만든 방향제 등 기념품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곳은 한라수목원 야시장 한 곳뿐이다. 정 대표가 직접 판매한다.
정 대표는 "최근 모 기념품 판매점과 납품 관련 미팅을 했는데 '방향제가 1만원이 넘으면 팔리지 않는다. 현재 가격인 2만1천원은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제품 제작부터 사진 촬영, 엽서 제작, 포장까지 모두 혼자 하면서 최대한 이윤을 남기지 않고 받는 가격이어서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라수목원 야시장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문을 열지 못하는 탓에 일부러 기념품을 사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분들이 왕왕 있어 판매점 입점을 고려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판매 수수료를 지급해야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조남희 대표도 같은 상황이었다.
조 대표는 "이미 제작 단가가 비싼데 기념품 판매점에 판매 수수료까지 내면 정말 하나도 남는 게 없게 된다"며 "현재로서는 직접 판매 외에는 답이 없어 동문시장과 한화리조트 제주, 메종글래드 제주 3곳에서 직접 판매점 겸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관 대표가 만든 기념품은 한라수목원 야시장과 제주시 지역 기념품 판매점 1곳에서만 직접 보고 살 수 있다.
![2023년 제주관광기념품 공모전 일반 부문 금상 '제주 바당 마그넷' [제주도가 지원하고 제주관광협회가 운영하는 여행플랫폼 '탐나오'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2/yonhap/20250312090202362xiiz.jpg)
![2023년 제주관광기념품 공모전 일반 부문 금상 '제주 바당 마그넷' [제주도가 지원하고 제주관광협회가 운영하는 여행플랫폼 '탐나오'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2/yonhap/20250312083015682ikdn.jpg)
김 대표는 "현재 제품을 납품하는 판매점에서 인기가 많아지자 주변 판매점에서도 너도나도 주문이 들어왔었다"며 "하지만 혼자 직접 손으로 만드는 제품이라, 제작 개수에 한계가 있어 주문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량생산은 대기업에서 잘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저품질 상품을 많이 팔기보단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고품질 기념품으로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 크다.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품질 대량생산 제품보다 고품질의 희소성 있는 상품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 기념품 판매점 납품 시 판매점에서 디자인을 도용한 뒤 기존 물건을 빼버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도 오프라인 판매를 어렵게 하는 이유로 꼽혔다.
공항·공영관광지 입점·축제 기획 등 통한 유통 고민 필요
관광기념품 판로를 확장할 묘수는 없을까.
정남인 대표는 "온라인에서도 상품을 판매하곤 있지만, 관광기념품 특성상 판매는 미미하다"며 "제주돌문화공원이나 해녀박물관 등 유명한 공영관광지에 입점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공영관광지 판매는 상징성도 크다"고 말했다.
또 제주를 오가는 최대 관문인 제주공항이나 공항 주변에 제주도가 운영하는 제주지역 관광기념품 판매점이 설치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정 대표는 "기념품을 가장 사기 좋은 곳 중 하나가 공항이지만 영세한 업체가 공항에 입점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며 "공항 내 기념품 판매점에 납품하려고 해도 다른 곳보다 판매 수수료가 높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 역시 임대료가 비싼 탓에 공항 내 기념품 판매점 운영이 쉽지 않을 순 있지만, 작은 매대일지라도 경쟁력 있는 다양한 관광기념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한다면 관광 산업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관 대표는 "제주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에 설치된 홍보 부스에 전시된 상품을 보고 연락이 꽤 온다"며 "하지만 출발장에 홍보부스가 있어 집으로 가는 항공편에 몸을 싣기 직전인 관광객으로부터 오는 연락이 대부분이다. 도착장에 홍보부스가 설치되면 관광객이 여행을 시작하면서 기념품을 사러 제주도내 오프라인 매장을 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한잔 우리술 페스티벌' [주식회사 파란공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2/yonhap/20250312083015875nmdv.jpg)
조남희 대표는 제주 전통주 시음과 전통주 빚기 체험, 양조장 투어 등을 하는 '제주 술레길 투어'와 2022년부터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여름철 개최하고 있는 '제주한잔 우리술 페스티벌'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조남희 대표는 "제주 전통주와 관련한 체험 행사를 운영하고 축제를 개최하면서 지역 관광산업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며 "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 기업과 협업해 제주 전통주를 새롭게 제작하고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판매점 말고도 여러 행사와 축제 등을 통해 기념품을 판매하고 유통할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앞으로도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중국산 제주 관광기념품이 아닌 제주를 찾는 분들께 의미있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수 있는 기념품을 기획해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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