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IT 이사 이어 HP 이사 오른 윤송이 이사장 “AI 발전이 소프트웨어 개발비 낮춰… 사회 전 분야 혜택 누릴 것”
MIT 이사회 이사 이어 HP 이사로 영입
AI가 가져올 부정적 미래... ‘불평등과 비인간화’
“편견도 AI가 학습... AI가 공정하다는 인식 버려야”
AI 윤리는 선택 아닌 ‘필수’… “인간의 창의성과 AI 기술 시너지로 가치 창출해야”
“인공지능(AI)이 발전할수록 사회 곳곳에 소프트웨어 적용이 확대되고, 효율성이 극대화되면서 인류의 삶이 풍성해질 것이다. 이것이 AI가 가져올 긍정적인 미래다.”
윤송이 엔씨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엔씨문화재단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윤 이사장은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과 함께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이사회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올해 2월에는 AI 전문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PC 회사인 HP 이사회 이사로 영입됐다. 윤 이사장은 작년까지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로 일하며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자체 AI 언어모델 개발을 이끌었다.
그는 AI 딥러닝 분야 ‘대모’로 불리는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 공동소장, 제임스 미킨스 하버드대 컴퓨터과학부 교수 등의 석학들과 대담을 가진 뒤, 인간과 AI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은 ‘가장 인간적인 미래’라는 저서를 지난 2022년 출간했다. 최근에는 1억달러(약 1450억원)에 달하는 AI 투자 펀드(Principal Venture Partners)를 조성해 유망 AI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윤 이사장은 “AI가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이 줄고 중소 업체들이 성장할 기회가 증가할 것”이라며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로 소프트웨어의 활용이 확대되고, 데이터가 축적되면 사회 전 분야가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윤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ㅡAI가 어떻게 인류 미래를 풍성하게 한다는 건가.
“AI가 발전할수록 사회 많은 분야에 소프트웨어가 지금보다 더 많이 보급될 것이다. AI 발전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낮춰줄 것이다. 소프트웨어 보급으로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정보기술(IT)에만 AI가 접목된다고 생각하는데, 사회 모든 분야에 소프트웨어가 적용되고 모두가 이를 통한 혜택을 누리는 세상이 될 것이다. 비전문가들도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게 되고, 업무 효율성도 좋아질 것이다. 과거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데이터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AI가 소프트웨어 적용의 확장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인류의 미래가 풍성해질 것이다.”
ㅡAI가 가져올 부정적 미래도 있을텐데.
“AI 기술 발전은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인류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문제이지만, 기술 독점과 파워(Power)의 집중으로 불평등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 과거 플랫폼 기술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고, AI라는 새로운 파도(Wave)가 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AI 기술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들과 AI를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갈수록 공공(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보는 이유다. 인간의 비인간화(Dehumanization·인간이 소유한 특성이 결여되거나 없는 듯 취급하는 것) 문제도 부정적인 이슈다. AI 기술 발달로 인해 사람이 기계의 부품처럼 다뤄져 인간다움을 상실할 수 있어서다.”
ㅡ다른 우려는 없나.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비판적 사고능력 등 인간의 본질적 능력이 약화될 수 있고, 전 세계 사람들의 문화적 취향이나 생각을 획일화하는 데 AI가 악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AI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편리성을 제공하지만, (취합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취향과 선호를 특정 방향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
AI 기술 발달로 고도화 중인 ‘딥페이크’도 문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을 마비시켜 탈신뢰 사회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AI 윤리 같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하고, AI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정해야 한다.”
ㅡAI 윤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가.
“필수다. 정부는 AI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사회적 논의를 거쳐 마련해야 한다. AI 윤리의 정당성은 기업뿐 아니라 시민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논의 과정을 통해 강화된다. 국가간 AI 경쟁 구도가 격화되는 현 시기에 AI 윤리 같은 규제 도입은 각국이 AI 주권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개발자들이 개발 초기부터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기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스탠퍼드대 등 해외 유명대학에서는 다학제적 AI 윤리 교육인 ‘임베디드 에틱스(Embedded EthiCS)’를 필수적으로 두고 있다. 임베디드 에틱스는 윤리적, 사회적 의미를 고려한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 전반에 걸쳐 윤리적 문제를 탐구하는 다학제 커리큘럼을 말한다. 엔씨문화재단에서도 2020년부터 MIT, 스탠퍼드대, 하버드대를 대상으로 한 임베디드 에틱스 교육 커리큘럼 개발을 후원해오고 있다.”
ㅡAI를 믿어도 되나.
“AI는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하는지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진다. 전 세계 사람들 중 35%는 아직 인터넷 접근을 못하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들의 데이터는 AI 학습에 배제돼 있다. 현재 AI 학습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데이터 학습에서 오는 문화적 편견주의가 심화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떤 사회나 국가든 편견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러한 편견이 남아있는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AI에 편견이 학습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AI가 기계적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가치중립적이고,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AI를 무조건 믿으면 안되고, 이런 점(AI도 편견을 학습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AI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ㅡAI와 인간이 공존하려면.
“AI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물을 생성해내는 것에 불과하다. 다른 분야의 기술을 융합하고, 혁신을 만들어내는 건 인간만의 고유 능력이다. 즉, 인간의 창의성이 결합됐을 때 AI의 의미가 커지는 것이다. AI와 인간이 함께하는 세상은 기술로 인해 인간이 위협받고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세상이 아니라, 인간을 통해 AI와 인간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세상을 지칭한다. 인간의 창의성과 AI 기술 간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인간다움을 지켜낼 때 우리는 가장 인간적인 미래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KT,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이 자체 LLM(대규모언어모델) 개발을 사실상 포기하고, 글로벌 모델과 협업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투자 펀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딥시크 같은 사례가 국내 업계에 좋은 자극을 줬다고 본다. 사실 충분한 인력과 역량이 있다면 독자 모델을 시도해볼 수 있고,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모델 규모나 효율을 능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업체와 협업할 때도 기술·데이터 활용에 대한 자사 기준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반면 외부 모델에만 의존하면 정부 차원의 정보 ‘착취나 탈취’가 이뤄지거나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당할 우려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자체 기술을 구축해야 협상력과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고, 국내 산업이 과거에도 직접 핵심 기술을 개발해 온 경험이 있으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AI 기업 투자를 할 때 특히 주목하는 기술 분야나 기업 유형이 있나.
“산업 현장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이 많다. 보험 분야만 해도 약관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데이터가 쌓여 있는데, AI를 도입하면 이를 효율화하고 소비자를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어 혁신 가능성이 크다. 의료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임상·생체 데이터는 넘쳐나는데, 이를 제대로 분석할 역량이 부족해 활용을 못 했을 뿐이다.
이제는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각종 센서·기기의 데이터를 단일 플랫폼으로 수집·분석해 질병 전조나 환자 상태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초, 나와 같은 실험실에 있던 토마스 만이라는 연구자가 ‘웨어러블 컴퓨터’를 시도하면서 하루 종일 일상을 녹화·기록했는데, 당시에는 이를 처리할 컴퓨팅 파워가 부족해 큰 성과를 못 냈다. 지금이라면 이처럼 대규모 데이터가 쌓여도 AI를 활용해 의미 있는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 현재 AI 투자 펀드를 운영 중인데 이런 ‘데이터 과잉’을 해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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