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훔친 장물…‘대명률’ 보물 지정 첫 취소

김은혜 기자 2025. 3. 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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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로 지정된 고서 '대명률'(大明律)이 도난당한 장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보물 지정이 취소됐다.

국가유산청은 대명률 도난 사실을 확인한 후 보물 지정 취소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도난신고 돼 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사진이 자세히 남아 있었던 시절이 아니라 해당 유물이 장물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며 "첫 취소 사례라 법률·전적 전문가 검토 등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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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형법 근간 서적 ‘대명률’ 보물 취소
장물 구매 후 ‘유산’이라 속여
문화유산위 “보물 지정 과정 하자로 취소”

보물로 지정된 고서 ‘대명률’(大明律)이 도난당한 장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보물 지정이 취소됐다. 국보·보물의 국가지정유산이 지정 과정 문제로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대명률’이 도난당한 장물로 밝혀져 보물 지정이 취소됐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보물 ‘대명률’의 행정처분(지정)을 취소하기 위한 논의가 가결됐다고 11일 밝혔다. 2016년 7월 보물로 지정된 지 9년 만이다.

1389년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의 형률(刑律·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 체계) 서적으로,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중요 자료다. 국내외에 전본(傳本)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본으로 알려졌으며, 국가유산청도 2016년 보물 지정 당시 “조선 시대 법률은 물론 조선 전기 서지학 연구를 위한 소중한 자료”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대명률은 보물로 지정된 지 4개월여 만에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해 11월 경기북부경찰청이 전국 사찰·사적·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명률이 도난당한 장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명률’은 2011년 이미 도난 신고된 상태였다. 경북 경주의 문화 류씨 집안이 세운 육신당에서 1998년 무렵 대명률을 비롯한 고서, 건물 현판 등 총 81건, 235점의 유물이 사라졌다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바 있다.

‘대명률’ 앞·뒤 표지 모습. 국가유산청

경찰에 따르면,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는 A씨가 2012년 5월 장물업자로부터 대명률을 1500만원에 사들인 후 같은 해 10월 대명률의 국가유산지정을 신청하며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속였다.

그러나 A씨에게 대명률을 판 장물업자가 국가유산 지정 대가로 1000만원을 추가로 받지 못하면서 수사 기관에 도난·판매 사실을 알렸고, 이에 A씨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2년 징역 3년 형이 확정됐다.

결국 국가유산청은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했고 이번에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취소 처분에 나선 것이다. 국보나 보물이 지정 전에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지정되지 않은 사례는 있었으나, 지정 과정에 문제가 생겨 취소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은 대명률 도난 사실을 확인한 후 보물 지정 취소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도난신고 돼 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사진이 자세히 남아 있었던 시절이 아니라 해당 유물이 장물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며 “첫 취소 사례라 법률·전적 전문가 검토 등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명률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임시로 보관 중이며, 국가유산청이 조만간 보물 지정 취소 계획을 누리집과 관보 등을 통해 공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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