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장물로 드러난 '대명률', 사상 첫 보물 지정 취소

안시욱 2025. 3. 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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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이란 사실이 드러난 보물 '대명률'이 보물 목록에서 9년 만에 제외된다.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유산의 지정이 취소된 첫 사례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고 대명률의 보물 지정을 취소하는 안을 가결했다.

국가유산청은 대명률의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해 보물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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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형법 근간인 명나라 법전
2011년 도난 신고 접수, 2016년 환수
"보물 지정 과정 철저한 검증 필요"
원소유주 신청 시 보물 재지정될 수도

장물이란 사실이 드러난 보물 '대명률'이 보물 목록에서 9년 만에 제외된다.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유산의 지정이 취소된 첫 사례다. 이 유물을 돌려받은 원소유주가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시 신청할 경우 보물로 재지정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고 대명률의 보물 지정을 취소하는 안을 가결했다. 문화유산위원회는 "(보물) 허위 지정 유도에 따른 형이 집행됨에 따라 이에 따라 후속 처리를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명률의 내지 첫 장 /국가유산청 제공

대명률은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명나라 법전이다. 이번 유물은 1389년 명나라에서 수정·편찬된 책의 판본으로 추정된다. 중국에 남아 있는 1397년 반포본보다도 오래된 희귀본이라는 평가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임시로 보관 중이다.

대명률은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직후 장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경기북부경찰청이 전국 사찰과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법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이 유물은 경북의 한 사립관장이던 A씨가 2012년 장물 취급업자로부터 15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며 입수 경위를 속이고 보물 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 들통나자 A씨는 문화재보호법(현재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보물 '대명률'이 9년 만에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됐다. /국가유산청 제공

대명률은 보물로 지정되기 5년 전인 2011년 도난 신고된 상태였다. 원소유주인 문화 류씨 집안은 '지난 1998년 경북 경주의 고택인 육신당에서 대명률을 포함한 고서와 건물 현판 등 81건 235점의 유물이 사라졌다'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다.

국가등록유산 지정 과정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명률의 도난 사실은 2011년 국가유산청 누리집에 공개됐다. 그런데도 2년 뒤 경북 영천사를 통해 보물 지정 신청이 접수됐고, 경북도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쳤다. 전문가 3명 이상의 조사를 거쳐 문화유산위원회 논의 절차도 마쳤다. 신고자의 제보를 받은 경찰이 조사를 거친 뒤에야 장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에 관한 심의는 유물의 진위 여부나 가치에 대한 판단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며 "구체적인 소장 경위의 경우 신청자의 주장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대명률의 앞표지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은 대명률의 보물 지정 당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해 보물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거짓이나 그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처분을 받은 경우 해당 처분을 소급해 취소할 수 있다는 행정기본법 규정에 근거했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의 지정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가등록문화유산이 '지정 해제'된 사례는 있었다. 천연기념물 등 자연물의 경우 세월이 흐르면 그 가치가 퇴색하는데, 국가유산청은 이런 대상에 지정 해제 처분을 내린다.

이번에 취소 처분을 받는 대명률은 보물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보물 지정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지만, 보물로서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원소장자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시 신청할 경우 심의를 통해 다시 보물로 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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