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사람의 ‘사투리’나 ‘외국어’도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김지숙 기자 2025. 3. 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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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권혁호 수의사의 반려랩
지난 2022년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 연구진은 개들도 사람처럼 외국어를 인지하며 심지어 선호도도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게티이미지뱅크

말 못하는 작은 가족 반려동물,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내 여러 동물병원에서 멍냥이를 만나온 권혁호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생활, 영양에 대해 묻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권혁호 수의사의 반려랩과 댕기자의 애피랩이 번갈아 연재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요즘 유기견들은 해외로 입양되기도 하잖아요. 개들이 외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혹은 서울에서만 생활하던 강아지가 지방에 가면 그 지방 방언(사투리)가 다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나요?

A. 지구상에는 참 다양한 언어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 이외에도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인도어 등등 많이 사용하는 언어들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언어가 대략 710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다니면 언어가 달라서 답답하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기도 합니다.

심지어 국토가 큰 나라의 경우, 한 나라에서도 지역별로 방언을 쓰거나 억양이 크게 달라 알아듣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하죠. 저도 고향이 경상도인 저희 할머니와 대화를 하다 보면 강한 억양이나 낯선 단어들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제주도 방언을 보면, 강아지를 ‘강생이’, 고양이를 ‘고냉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익숙한데 쥐를 ‘중이’, 새는 ‘생이’, 닭은 ‘독’이라고 부른다고 하니 제주 방언이 익숙지 않은 분이라면 쉽게 이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개들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단어의 뜻을 그 자체로 이해한다기보다 특정 행동, 물체 혹은 어조 등을 단어와 연관을 지어 기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트뵈시 로란드대 제공

그렇다면 강아지는 외국어나 방언을 구분하거나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그에 앞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개들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 혹은 단어의 뜻을 그 자체로 이해한다기보다 특정 행동, 물체 혹은 어조 등을 단어와 연관을 지어 기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컨대, 반려인이 개에게 ‘앉아’라고 지시할 때, 평소와 어조와 강세를 달리 말하면 개들은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 ‘산책하러 가자’라고 말한 뒤 산책용품을 챙기거나 현관으로 향하던 반려인이 산책하러 가자는 말만 하고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평소 꼬리를 흔들며 신나던 강아지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리송해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예시들은 개가 언어 자체를 의미한다기보다 상황적 문맥 혹은 여러 가지 사회적 단서를 이용해 상황을 유추하고 이해한다는 것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훈련이 아주 잘 되어 있거나 유전적 차이로 언어 지시를 좀 더 많이 이해하는 친구들도 분명 있습니다. 실제로 군견이나 소방견 등 인간을 돕는 일을 하는 도우미견들은 더 많은 단어를 알아듣도록 훈련받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의 언어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외국어나 방언도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나아가 동물들끼리도 외국어나 방언이 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최근 헝가리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개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인지하며 심지어 선호도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외트뵈시 로란드대학 연구진은 지난 2022년 골든리트리버·보더콜리·코커스패니얼 등 품종견 18마리에게 어린이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명대사(“마음으로 봐야 정확히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를 각각 헝가리어와 스페인어로 들려준 뒤 자기공명장치(MRI)로 뇌 활동을 관찰했습니다.

군견이나 소방견 등 인간을 돕는 일을 하는 도우미견들은 더 많은 단어를 알아듣도록 훈련받는다. 노아 울프/위키피디아 코먼스 제공

흥미롭게도 개들은 헝가리어가 아닌 낯선 언어를 들을 때, 평소와 다른 뇌 활동 패턴을 보였습니다. 개들은 외국어를 들었을 때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측두엽 활동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특히 주둥이가 긴 개(장두종)들은 소리 신호를 더 잘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들도 새로운 언어에 대해 낯설게 생각하고 뇌의 특정 부분에서 이를 처리하는 것을 확인한 셈입니다.

202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진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개들이 외국어를 구분할 수 있으며 친숙하지 않은 언어에 더 오랫동안 귀를 기울였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영어를 쓰는 집의 개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가정의 개에게 각기 다른 언어를 들려줬을 때, 개들은 두 언어를 성공적으로 구별해 냈습니다. 또 언어 선호도에 대한 ‘참신성 효과’를 보였는데, 스페인어 가정의 개는 영어에 더 오래 귀 기울이고 영어를 쓰는 집의 개는 스페인어를 더 오래 듣고자 한 것입니다.

다만 연구진은 “개들이 두 언어를 구별하기 위해 특정한 단서를 활용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 “향후 연구에서는 개들이 언어를 구별하기 위해 음운적·리듬상 단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개들이 왜 낯선 언어에 더 귀를 기울이는 근본적인 이유까지는 설명하지 못했지만, 외국어를 구별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죠.

들끼리 외국어를 사용하거나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럼 개들끼리의 소통은 어떨까요. 현재까지는 개들끼리 외국어를 사용하거나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사용하는 언어의 강세나 억양을 강아지들이 모방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만, 이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는 실정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유기견 가운데서도 대형견들은 국내 입양이 쉽지 않아 종종 해외로 가족을 찾아 떠나는 일이 많습니다. 처음엔 긴 비행시간을 견뎌야 하는 스트레스에, 외국에 도착하면 낯선 언어가 들릴 텐데 쉽사리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머지 않아 입양 간 개가 맑은 표정으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괜한 걱정이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언어는 결국 수많은 의사소통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니까요. 우리가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언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따뜻한 말투와 눈빛, 다정한 손길을 부탁드릴게요.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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