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오늘 담판…종전협상 향한 로드맵 윤곽 드러낼까

김연숙 2025. 3. 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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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광물협정 촉매로 흑해·장거리미사일 휴전 제안
美, 영토타협 등 트럼프 종전구상 추종할 의지 확인 추진
뇌관 '美 안전보장' 제거…유럽, 안전보장 대안 마련에 분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종전구상을 두고 충돌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다시 접점 확인에 나선다.

미국에 거대 이익을 부여하는 광물협정을 촉매로 삼아 제3국에서 열리는 이번 담판에서는 종전협상으로 가는 로드맵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현지시간으로 11일 낮 12시(한국시간 오후 6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담을 시작한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의 고위급 협상단을 이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 등이 나선다.

국무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담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제다를 방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이자 종전협상의 중재 의사를 밝히고 있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백악관 회동이 파행으로 끝난 뒤 열흘 만에 이뤄진다.

당시 회담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모욕감을 표현하면서 거친 언쟁과 함께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10일(현지시간) 사우디 제야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만남에서는 양측이 갈등을 봉합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구상에 부합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수 현지언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접점을 찾을 수 없던 의제인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대한 요구에서 일부 후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렬의 뇌관이 배제된 회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요구해왔던 광물협정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부분 휴전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광물개발, 인프라 운용 등에서 얻는 수익 절반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양국 공동기금에 넣는 협정을 요구한다.

우크라이나로서는 굴욕적일 수도 있지만 이는 덜 불리한 종전협상의 토대를 만드는 데 촉매가 될 수 있는 까닭에 수용 의사를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담의 파행과 광물협정 서명 불발 뒤 군사, 정보 지원을 중단하는 수준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광물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본다고 지난 9일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수출로인 흑해에서 교전을 멈추고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중단하는 등 해상과 공중에서 이뤄질 부분적 휴전을 제안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제안이 종전 의지를 강조해 미국에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 재개를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우크라이나가 증명할 때까지 군사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하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와 전쟁을 끝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평화 확보를 위해 필요한 단계와 조건에 대해 자세히 논의했다고 애써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회담 대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완전히 건설적'일 것이라며, '실질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부분 휴전 합의가 이뤄진다면 영구 휴전으로 가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광물협정도 미국의 기대대로 합의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중단한 군사 등의 지원을 다시 얻어 협상의 지렛대를 키울 수도 있게 된다.

일단 러시아도 일시 휴전에 열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최종 평화 합의를 위해 진전이 있다면 일시 휴전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의할 의향이 있는지, 미국이 그렇게 압박을 하고 있는지 등은 알려진 바 없다.

미국은 러시아 설득을 위해 제재 완화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야 도착해 빈살만 왕세자와 인사하는 젤렌스키 [UPI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 등 전쟁으로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를 어떻게 완화할지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시아 성향 때문에 힘겨운 협상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우크라이나가 종전협상 조건으로 원하는 안전보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까지 완전히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다가 작년 말부터 후퇴를 거듭했다.

그는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안전 보장책이 마련될 때 일부 영토를 타협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협상단 대표인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어려운 일을 해야 할 준비가 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타협을 거론했다.

그는 제다로 가는 기내에서 취재진에게 "양측은 현 상황에서 어떤 군사적 해결 방안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합리적인 시간 안에 러시아군을 2014년 이전의 위치로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여길 떠날 때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어려운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강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쉽지 않은 문제다.

그는 신속 합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충족하고, 러시아에 대한 양보는 거부하는 자국민의 요구도 맞춰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년 전 전쟁 초기 90%가 넘었던 그의 지지율은 작년 말 50%대로 떨어졌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평화를 원하면서도, 러시아에 영토를 넘기고 군대를 축소하는 등 푸틴 대통령의 요구 수용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월 초 이뤄진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응답자 83%는 '안보 보장 없이 평화협정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회담에 맞춰 유럽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자체적인 우크라이나 전후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 30여개국 군 수장은 11일 프랑스 파리에 모여 우크라이나 종전 후 평화유지군 창설을 논의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을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대부분 참여하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도 원격으로 회의 내용을 듣게 된다고 AP는 전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30억유로(약 4조7천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유럽은 여전히 미국의 안보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우크라이나 점령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궁극적 목표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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