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공수의 알파이자 오메가...‘절대 에이스’ 김단비 “농구공 들 힘도 없어…챔프전 진출 자체만으로 기뻐”
남정훈 2025. 3. 11. 09:01
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에이스 김단비는 팀 공격과 수비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지현이 해외 무대로 떠났고, 박혜진(BNK), 최이샘(신한은행) 등 주축 선수들이 타 구단으로 이적하면서 외로운 에이스 신세가 됐다. 아무리 우리은행이라도 김단비 하나로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김단비는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절대적인 에이스 한 명이 어느 정도로 팀을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정규리그에서 득점(21.1점), 리바운드(10.9개), 블록슛(1.52개), 스틸(2.07개) 등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고, 공헌도 1위에게 주어지는 윤덕주상, 우수수비선수상, 베스트5, MVP까지 따내며 8관왕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해냈다. 김단비의 전방위적인 활약 속에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런 김단비였지만, 청주 KB와의 플레이오프는 쉽지 않았다. 2,4차전에서 나가타 모에(일본)에게 종료 직전 버터비터를 얻어맞으며 1점차로 석패했다. 특히, 2차전에서는 경기 종료 3초를 남겨두고 패스 미스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냥 공을 잡고 버티고만 있어도 승리가 가능한 상황에서 나온 김단비의 치명적인 턴오버였다. 4차전에서도 역전을 위한 회심의 리버스 레이업이 상대 수비에게 막히며 또 한 번 한 점 차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 승부는 5차전까지 왔고, 공수에서 과부하가 걸린 김단비의 체력은 한계에 달했다. 10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PO 5차전에서 김단비의 야투율은 29.4%(5/17)에 불과했다. 잘 들어가던 미드 레인지 점퍼는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그러나 김단비는 김단비였다. 15점에 12리바운드 2스틸 2블록슛으로 이날도 팀 내 최다득점과 리바운드와 스틸과 블록슛에서도 제 몫을 다 해냈다. 김단비의 맹활약과 더불어 박혜미가 3점포 3개 포함 14점을 보태며 에이스의 부담을 덜어줬다. 2011년 KB에서 데뷔해 올 시즌 전까지 KB에서 뛰다 올 시즌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심성영이 3점포 3개 포함 13점 4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친정팀을 울렸다.
이제 우리은행은 13번째 챔프전 우승까지 3승을 남겨뒀다. 그러나 김단비는 '우승 욕심'을 잠시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일 정도로 체력 고갈이 심한 탓이다. 김단비는 챔프전 1차전이 열리는 오는 16일까지 체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단번에 “아니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농구공 들 힘도 없다”고 해탈한 듯 웃었다. “무조건 우승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김단비는 “오늘 경기를 치르면서 아마 모든 선수가 '이대로 챔프전에 가도 문제겠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혈투를 치른 소감을 말했다.
정규리그 1위 팀으로서 4위 팀에 질 수 없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상당했다는 김단비는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김단비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죽을 뻔했다. 정규리그 우승이 내겐 오히려 독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우승했는데 4위한테 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내가 이 팀을 이끌어야 하는데 너무 많이 오다 보니 힘들었던 것 같다”는 김단비는 “옆에서 선수들이 하나 같이 ‘언니가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얘기해주더라. 나 혼자 이겨낸 게 아니라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팀 동료들이 “우승은 안 해도 되니 그냥 두 발로 뛰어다니자”고 얘기할 정도로 모두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김단비는 “오히려 PO보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료들과 함께 챔프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정말 좋다. 멋진 경기를 하고 싶다”고 눈빛을 빛냈다.
김단비는 이날 심성영과 박혜미 등 자신의 부담감을 덜어준 선수들의 존재를 언급했다. 김단비는 “동생들이 너무 대견했다. 언니가 힘들다는 걸 알고 한발씩 더 뛰어줘 고맙다. 언젠가 잘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이어서 더 좋았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함께 인터뷰에 나선 심성영을 향해 “시즌 내내 정신 차리라고 정말 잔소리를 많이 했다. 비시즌에 우리은행에 합류해 정말 고생했다”며 “정말 열심히 한 만큼 중요한 경기에서 잘해줘서 선수로서 존경한다”고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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