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PO 리포트] ‘우리’는 김단비의 시대에 살고 있다

김채윤 2025. 3. 1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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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180cm, F)가 내리면, 아산의 코트에는 봄꽃이 싹을 틔운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청주 KB를 53-45로 이겼다. 우리은행이 시리즈 최종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챔피언 결정전으로 향한다.

김단비는 이날 37분 17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15점 12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로 더블더블은 물론, 팀 내 최다 득점도 올렸다. 명실상부 에이스 김단비를 중심으로 뭉친 농구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김단비가 가려졌다. 에이스의 숙명일까? 더블더블을 밥 먹듯 기록해도, 부진했다는 평이 나오곤 한다. 오직 김단비이기에 들어야 했고, 김단비이기에 감내해야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김)단비가 많이 힘들어했다. 알면서도 몰아세웠다. (김)단비는 공수 양면에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집중하라고 야단을 많이 쳤다. MVP 김단비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라왔다. 단비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라고 에이스 김단비가 짊어질 고충을 이해했다.

김단비는 경기 후 “죽을 뻔했다. 정규리그 우승이 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이 팀을 내가 이끌어야 하는 걸 알고 있는데, 그 사실이 주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정말 컸다. 또, 우리 팀이 우승할 전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우승을 해버렸다. 플레이오프에서 4위에게 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마다 선수들이 언니가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해줬다. 선수들 덕분에 이겨냈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날 경기에서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김단비에게 수비가 집중됐다. 그러나 든든한 동료들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심성영(13점 4어시스트 2리바운드 1스틸)과 박혜미(14점 3리바운드) 등 ‘고참’ 선수들이 승부처마다 맹활약했다.

김단비는 “농구공도 못 들겠다(웃음).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다 쓴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 우리은행과 KB 모두 하위권으로 평가받았는데, 주축 선수들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5차전까지 싸운 게 정말 멋있다”라고 짧고 굵은 소감을 남겼다.

여기에 “애들이 정말 대견하다. 언니 힘든 거 알고 있다면서 한 발 더 뛰어준 게 정말 고맙다. 언젠가 선수들의 포텐이 터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게 오늘(10일)이어서 정말 기쁘다”라고 심성영과 박혜미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김단비는 이어 “사실 시즌 내내 (심)성영이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했다. 비시즌에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슛도 쏘고 플레이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생각이 많다 보니 잘 못하더라(웃음). 플레이오프에서 잘하려고 연기했던 것 같다. 큰 경기에서 활약하는 건 정말 대단하다. 같은 선수로서 존경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단비의 말처럼, 시즌이 시작되기 전 우리은행과 KB는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양 팀의 사령탑마저도 우승 경쟁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팀은 반전을 보였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 최종전까지 채우는 명승부를 펼쳤다.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게 된 김단비는 “체력 회복이 관건이다. 오늘(10일) 코트에 있던 모든 선수가 ‘이대로 올라가도 문제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우리 상대가 누가 될지 모르지만, 어느 팀이 올라오든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BNK나 삼성생명 모두 우승해도 손색없을 전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우승 하는 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웃음)”라며 농담도 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뛸 거다. 하지만 우승을 향한 집착은 없다. 이 멤버가 모여서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온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오히려 편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승 안 해도 된다. 선수들도 이해할 것이다. 즐기면서 좋은 경기 하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우승’보다는 ‘우리’와 함께하는 행복한 지금을 즐기고 싶다는 김단비. ‘우리’는 지금 김단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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