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즉위 12주년 맞는 프란치스코 교황…병세호전에 '희망'
생전 사임설에 교황은 '종신직' 강조…병상에서도 바티칸 업무 계속 지휘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폐렴으로 장기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3일 병상에서 즉위 12주년을 맞는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자진 사임 후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가 시작된 지 이틀 만인 2013년 3월13일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의 문제로 약 600년 만에 스스로 사임한 만큼 선출 당시 76세의 고령이었으며 젊을 때 폐 일부를 잘라낸 그가 전 세계를 다녀야 하는 교황의 격무를 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러한 우려를 비웃듯 그는 빼곡한 교황청 업무에 더해 활발하게 해외 사목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 2∼13일에는 12일간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등 두 대륙에 걸쳐 4개국을 방문하며 3만3천㎞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주변에서는 교황의 나이와 건강을 고려해 적절한 휴식을 권유했지만, 그는 고된 일정을 쉼 없이 이어갔다. 교황청 내부에서 '지칠 때까지 일하는 교황'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교황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4년 전부터다. 2021년 7월 결장 협착증 수술, 그로부터 2년 뒤인 2023년 6월에는 탈장 수술을 받았다.
2022년 봄부터는 오른쪽 무릎 상태가 악화해 휠체어나 지팡이에 의지해야 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는 연이어 낙상 사고를 당해 건강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쉴 여유가 없었다. 가톨릭에서는 25년마다 희년을 선포하는데, 2025년이 바로 정기 희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직접 열고 2025년 정기 희년의 개막을 선포했다.
당시 로마에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닥쳤다. 교황이 당시 희년 개막 행사를 위해 장시간 야외에서 찬바람에 노출된 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 게 아니냐고 추측하는 교황청 관계자도 많다.
국제 정세 또한 교황에게 마음 편히 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에 더해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전 세계는 대변화를 앞두고 있었다.
교황은 이 과정에서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며 두 전쟁의 빠른 종식과 평화의 도래를 호소했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거듭 비판했다.
교황은 지난달 초부터 기관지염 증세를 보였다. 지난달 9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강론 도중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도중에 강론을 중단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휴식을 권했지만 그는 바티칸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머물며 회의를 주재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치료를 미룬 그는 지난달 14일 결국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다.
양쪽 폐에 폐렴이 확인되는 등 상태는 계속 악화했다. 젊었을 때 폐 일부를 절제한 탓에 겨울철마다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 교황은 그때마다 계속해서 스테로이드제나 항생제 등으로 치료받아왔다.
이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 어떤 치료에도 반응이 더뎠다. 입원 초기에는 교황청에서 교황의 장례 준비를 고려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입원 후에도 교황은 4차례 호흡 곤란을 겪으며 위기를 맞았으나 지난 4일부터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비를 넘긴 교황은 더 이상 생명이 위협받지 않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됐다.
교황청은 10일 저녁 언론 공지에서 "최근 며칠 동안 교황의 회복세가 더 확실해졌다"며 "교황의 건강 상태가 더는 위급하지 않아 '신중한 예후'라는 그동안의 진단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교황청은 교황이 추가적인 치료를 위해 당분간 더 입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3일 맞이하는 즉위 12주년에도 교황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교황은 지난달 14일 입원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입원 이후 첫 음성 메시지를 통해 건강 회복을 기원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발음이 어눌했으며 숨이 가빴다.
일각에서는 교황의 폐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과거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이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자의 뒤를 이어 생전 퇴위를 선택할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하지만 교황은 즉위 초기에는 베네딕토 16세의 용기 있는 사임을 존중한다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교황직이 종신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그는 병상에서도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국무원 국무장관 에드가 페냐 파라 대주교 등과 수시로 만나 교황청 주요 사안을 논의하며 바티칸을 여전히 지휘하고 있다.
교황 즉위 12주년을 맞아 올해 88세인 그의 건강과 향후 거취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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