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25년 양회 폐막…민생·경제 강조, R&D 80조원 투자

박은하 기자 2025. 3. 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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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폐막 연설 없이 종료
리창 개막식서 ‘소비’ 31회 강조
연구·개발에 80조원 투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당정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4기 인민정치협상회의 3차회의가 폐막했다./신화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 일정이 11일 막을 내렸다.

중국은 올해 양회에서 정치적 변화는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민생· 경제회복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미래 경쟁력을 위해 연구·개발(R&D)에 8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대만 관련해서는 2년 연속 ‘평화통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① 무역전쟁 압박 속 양회…민생·경제 논의 두드러져

지난 5일 개막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회의는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폐막식을 했다. 양회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지난 4일 개막해 전날 폐막했다. 이로써 양회는 8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폐막식에서 별다른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다.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공식 서열 3위) 대신 리훙중 부위원장이 폐막 연설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오 위원장이 병환으로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리창 총리의 내· 외신 기자회견도 2년 연속 열리지 않았다. 시 주석은 2023년 전인대 폐막 연설을 했지만 지난해 이어 올해도 나서지 않았다.

올해 양회는 민생·경제 현안 논의가 두드러졌다. ‘시진핑 체제’ 구축에 방점이 찍혔던 예년 양회에 비해 당에 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10%’ 관세 부과와 함께 양회가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출 실적에 힘입어 5% 성장을 달성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이뤘지만 내수 부진으로 물가상승률은 0.2%에 그쳤다. 안팎의 경기침체 압력을 극복하고 사회 안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국정과제가 됐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와 동일한 5%로 제시했다. 정부 업무 1순위로는 내수 진작을 제시했다. 리 총리의 전인대 개막식 연설에서 ‘소비’는 31회 등장해 지난해(21회)보다 월등히 많아졌다. 당국은 또 재정적자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던 몇년 간의 관행을 깨고 4%로 올리기로 했다. 통화정책은 ‘안정’에서 ‘적당히 완화’로 변경한다. 주택시장과 증시 안정이 처음으로 정부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농촌·고령화·실업 문제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게 논의됐다. 실업자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고,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보험을 확대하며, 지역 이동 시에도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기초 양로연금도 인상한다.

② R&D 80조원 투자 …내수와 산업경쟁력 균형 관건

중국 지도부가 미·중경쟁의 향방을 가른다고 인식하는 과학기술 투자는 올해도 강조됐다. 중앙정부의 R&D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3981억위안(약 80조원)을 편성했다. 지방정부 예산까지 합치면 R&D 투자는 80조원보다 훨씬 많아진다.

당국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 사물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인간과 같은 소통 능력과 판단 능력을 갖춘 체화형(임베디드) AI, 6세대 이동통신,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바이오·양자기술 등에 중점 투자할 방침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산업 분야의 업그레이드에도 투자해 중견 기업인 ‘가젤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올해는 2020년 제19차 당대회 5중전회에서 마련한 중기 발전계획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이 마무리되는 해이다. 중국 지도부는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의 밑그림도 올해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올해 양회 분석 특별리포트에서 “거시경제 안정화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질적 생산력’에 바탕을 둔 첨단산업 발전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거시경제 건전화에만 치중하다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버린 일본을 반면교사 삼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취약한 내수 기반이 중국의 산업경쟁력과 국방력 강화를 근본적으로 제약할 수 있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산업 자립을 추구하는 정책이 지속 가능하게 이어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며 “내수와 산업경쟁력 간의 균형점 모색이 향후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③ 미·중대화 촉구, 2년 연속 ‘대만 평화통일’ 언급 안 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단호히 맞서겠다”면서도 “중국은 계속해서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과 관련해서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지난해와 동일하게 ‘평화통일’이란 구절이 삭제됐다. ‘양안관계의 평화발전 추진’이란 구절이 있지만 이전 업무보고에 있던 ‘조국평화통일프로세스’는 ‘조국통일대업’으로 교체됐다. 양회를 앞두고 열린 대만공작회의에서 왕후닝 정협 주석은 “조국통일을 필연적 대세로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지난해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 집권 이후 대만 인근 해·공역에 진입하는 중국군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관련 있는 기조 변화라며 “대만의 경각심 환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정책 우선순위 등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의미이다. 다만 중국은 미국의 압박과 견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외전략의 틀 속에서 한·중관계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다수 전문가는 진단한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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