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부의 이전’ 틀어막는 증여한도...‘수상한 거래’만 만든다

유혜림 2025. 3. 1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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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부 사이 증여할 경우 10년 주기로 6억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는 "부부 간 고액의 자금이 오갈 때, 생활비를 입증하지 못해서 증여세를 내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진다"면서 "증여세 인적공제가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세율은 매년 오르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거래가 증여세를 절감하기 위한 친족간 특수 거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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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이어 ‘증여세 공제 한도’ 논의 재점화
“2008년 개정 후 재산가치 상승 반영 안돼”
전업주부 울리는 ‘부부 증여공제한도’ 6억원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도 요건마다 현장 혼란
증여세 꼼수에 급락장 틈탄 수상한 직거래 늘어나
현재 배우자 간 증여재산 공제 한도 ‘6억원’은 2008년 이후 17년째 묶여 있는 상태다. 부부가 협력해 형성한 재산일지라도 6억원이 넘어가면 증여세를 내야하는 구조다. 이뿐만 아니라 자녀 증여 공제한도도 10년 주기로 5000만원에 그친다.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 “전업주부인데 ○동 청약 당첨됐어요. 다들 자금조달계획서 어떻게 작성하셨나요? 부부간 증여세 면제 한도가 6억원이라니 막막하네요.” “잘 다니던 회사 관두고 평생 아이 키우며 살림하면서 부부 재산 형성에 이바지했는데 인정은 못 할 망정 증여세라니.”

▶“부부 증여한도 6억원...현실 반영 못 해”=매년 청약 시즌 때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이런 반응들은 단골 주제로 등장한다. 소득이 없는 전업 주부가 당첨돼 남편 등이 분양대금을 대신 낼 경우 증여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부 사이 증여할 경우 10년 주기로 6억원까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증여 재산이 이를 초과하면 과세 표준에 따라 최대 50%의 증여세율이 적용된다. 배우자 간 증여재산 공제 한도 ‘6억원’은 2008년 이후 17년째 묶여 있는 상태다.

한 상속 전문 세무사는 “전업주부는 억울할 것”이라며 “부부가 협력해 형성한 재산일지라도 10년에 6억원어치만 기여도를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라고 표현했다.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는 “부부 간 고액의 자금이 오갈 때, 생활비를 입증하지 못해서 증여세를 내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진다”면서 “증여세 인적공제가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세율은 매년 오르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세대 간 ‘부의 이전’도 틀어막아=이렇게 꽉 막힌 증여제도는 세대 간 부의 이전도 어렵게 한다. 제조업을 경영하는 대표이사 A씨(70대 초반)는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를 활용해 장남에게 회사를 물려 줄 구상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빡빡한 특례 요건에 “오히려 일반 증여세 폭탄 맞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했다.

가업 승계 과세 혜택을 높이려면 증여하거나 상속하기 전까지 가업과 무관한 자산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막상 준비해보니 유권 해석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아 주저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과다 현금 보유’ 요건이 대표적이다. 불확실한 경기에 대비해 쌓아뒀던 유동성이 단순히 회사 운영 자금이 아니라 상속·증여를 위한 사전 준비로 보고 ‘일반 증여세(최고 50%)’ 고지서가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업무 무관 자산’ 항목 역시 명확한 유권 해석이 부족해 증여세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상속 전문 세무사는 “가업승계 증여세율 10%를 예상하고 준비했다가 일반 증여세 50%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들딸이 주주’ 가족법인 설립 문의 급증=최근에는 이른바 ‘가족법인’ 설립을 상담하는 문의도 증가하는 추세다. 자녀를 주주로 구성한 법인에 부모가 증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증자는 자녀가 아니라 법인이라서 증여세를 내지 않고 법인세만 내면 된다.

증여세율은 10~50%인 반면, 법인세율은 9~21%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또 법인의 각각 주주가 얻은 이익이 연간 1억원 이상이 되는 경우에만 증여로 보기 때문에 ‘1억원’을 밑돌게 관리하는 식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세대 간 ‘부의 이전’이 막힐수록 수상한 거래도 쏟아진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때마다 서울 곳곳에선 직전 거래 대비 수억원 내린 ‘이상 거래’가 속출하는 폐해도 벌어진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거래가 증여세를 절감하기 위한 친족간 특수 거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국세청은 부모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아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고 증여세 신고는 하지 않는 등 각종 탈세 행위를 벌인 156명을 조사 선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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