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수수밭 갈아엎는 中..식량자급 목표치 달성의 이면은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5. 3. 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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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전략 생산 위해 고소득 작물 재배 금지령..농촌민심 이반 우려 제기돼
중국 광둥성 소재 한 장류 전문 식품기업 역사관에 장의 원료가 되는 대두가 전통 발효설비들과 함께 전시돼 있다. /사진=우경희

"황금 사탕수수라고 부르지만, 우리 마음속엔 금보다 더 귀한데..."

중국 남부 윈난(운남)성 농부들의 하소연이 현지서 화제다. 사탕수수나 차 등 고소득 작물들을 수확을 앞둔 상태에서 갈아엎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식량생산량 목표치를 매년 상향하며 곡물 생산 면적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 탓인데, 정부 정책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중국에서도 사회갈등 불안이 감지된다. 미국과 무역분쟁 속에서 중국 정부가 식량자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대출받아 사탕수수 농장 지었는데.. 다 갈아엎어야"
1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 1월 말 시점의 윈난성 소재 미안먀 국경마을 멍딩 사탕수수밭 르포를 게재했다. 현지 농민 쉬 모 씨는 인터뷰를 통해 "새로 심거나 조만간 심을 사탕수수와 수박을 포함한 모든 경제작물 경작지를 원상복구하라는 정부 공고가 발표됐다"며 "공고 한 달 전 심은 사탕수수밭에 총 200만위안(약 4억원) 정도가 들었는데, 대부분 대출이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해당 보도와 같은 사례는 지난 1년여간 윈난성 곳곳에서 발생했다. 윈난성은 중국 최고 사탕수수 생산지다. 껍질이 얇고 육즙이 많아 보통 사탕수수보다 가격이 최대 10배까지 높다. 지역 농민들이 사탕수수 재배면적을 늘리던 차에 중국 정부가 '비곡물화 시정' 명령을 내리면서 초상집이 됐다. 쌀이나 밀, 옥수수, 콩 등 곡물을 제외한 다른 농산물에 대한 재배 규제다.

각종 경제지표 목표치 달성에 최근 번번이 실패하는 중국이지만, 최근 달성에 실패한 적이 없는 목표치가 바로 곡물 생산 목표치다. 중국 총 곡물 생산량은 지난 2016년 전년 대비 소폭 줄었을 뿐, 2017년 6억1780만톤을 기록한 이후 매년 늘었다. 지난해는 연초 6억5000만톤에서 7억톤으로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는데, 연말 7억650만톤으로 사상 처음으로 7억톤을 넘어서며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도 곡물생산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7억톤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7억톤을 소폭 상회했음을 감안하면 올해도 곡물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결국 곡물 생산 면적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안보전략에 콩 밭으로 바꿨는데.."1만6000원 벌었다"
중국 한 사탕수수밭에서 농민들이 식사하고 있다./사진=차이신 캡쳐
중국 정부 입장에서 식량생산은 최우선 안보 전략이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의 식량자급률이 떨어지고 수입에 의존하게 된다면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사 온다 해도 중국이 사들이면 가격 폭등이 시작된다. 이미 대두(콩)를 포함해 곡물 국제가격을 좌우하는 게 중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0년부터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가 곡물 생산 증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건은 나빠진다. 중국은 지난 2023년부터 폭우에 따른 홍수, 가뭄 등이 반복되며 허베이와 헤이룽장성 등에서 작황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비료 등 농업기술 개발 효과가 나타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가 사탕수수밭을 갈아엎으라고 지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곡물 생산 강제는 심각한 사회문제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국가 지침에 따라 상당한 수익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밭을 갈아엎는다고 해서 제대로 곡물이 나는 것도 아니다. 윈난성 소수민족 다이(?)족 주민 난모씨는 현지언론에 "사탕수수밭을 콩밭으로 바꾸고 6명의 농부를 고용해 작물을 키웠는데 병이 돌았다"며 "인건비 정산을 하고 나니 80위안(약 1만6000원)이 남았는데 웃음이 먼저 나고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고도화..中 식량안보 전략 중대 기로에
구체화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세전쟁은 중국 식량생산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미국이 10% 관세를 발효할 당시 픽업트럭 등 고배기량 차량을 중심으로 관세 보복을 단행했다. 3월 초 10% 추가 관세 발효에 대해서는 드디어 미국산 농축수산물에 관세를 매겼는데, 핵심 품목인 대두가 포함됐다.

대두는 중국의 최대 수입 농산품 중 하나다. 기름은 물론 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이 돼지 최고 사료다. 중국은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총 1억900만톤의 대두를 수입했고, 그런 중국에 그간 가장 많은 대두를 수출한 게 미국이다. 미중관계가 냉각되며 브라질산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미국산이 3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관세전쟁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식량자원 보호에 나서면서 시 주석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농촌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딜레마다. 사탕수수나 과일은 물론 차 등 중국 농촌의 전통적 고소득 작물 재배가 제한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22년부터 '공동부유' 정책을 추진하며 농촌 발전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농촌에선 '이게 공동부유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방운웨이 중국공산당 중앙당교(국가행정학원) 박사는 "비곡물 경작지 통제는 경제와 법률, 관리를 포함하는 종합적 조치"라면서도 "통제를 하면서도 농촌 상황을 예측가능하게 만드는게 중요하며, 이익의 균형을 통해 농촌주체들의 권리와 의무를 합리적으로 분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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