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사무실 문 닫고도 성공?… 100% 재택으로 가져온 업무 혁신

유진아 2025. 3. 10. 15: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용 절감·글로벌 인재 확보
슬랙·노션 등 협업도구 활용
가상 사무실서도 친밀도 유지
AI가 생성한 이미지. 챗GPT 제공

기업 운영에 사무실이 필수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창립 초기부터 원격근무를 전제로 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일하는 문화와 조직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근무지나 근무시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위치의 제약 없이 전 세계 인재를 확보하고 효율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협업 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비동기 근무 방식을 도입하고 사무실 없는 기업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물리적 공간 없이도 생산성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이 새로운 업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재택을 선택한 이유?…위치 제약 없는 전 세계 인재 영입

이런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오토매틱(Automattic)이 있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부터 전 직원이 원격으로 근무하는 체제를 도입했다.

본사도 정해진 사무실도 없었다. 전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고 덕분에 미국뿐 아니라 80개국 이상에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 맷 뮬렌웨그(Matt Mullenweg) 창립자는 이를 '좁은 호수에서 경쟁하기보다 넓은 바다에서 인재를 찾는 것'에 비유했다.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원격근무를 기업 운영의 중심에 둔 회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2013년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깃랩(GitLab)도 그중 하나다. 창립 초기부터 완전 원격근무 체제를 구축했지만 당시에는 사무실 없이 운영하는 기업이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원격근무 체제에서는 기업 확장이 쉽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깃랩은 협업 도구와 문서화를 기반으로 한 비동기 근무 방식을 정착시키며 현재 60개국 이상에서 2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사관리(HR)·고용 솔루션 기업 리모트(Remote)도 원격근무를 단순한 근무 방식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핵심 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욥 반 더 부르트 리모트 CEO는 깃랩에서 원격근무 모델을 경험한 후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통해 더 넓은 인재풀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회사를 창립했다. 리모트는 현재 90여 개국에서 2000명 이상의 직원이 원격으로 협업하고 있다.

부르트 CEO는 "원격근무는 단순히 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집이 될 수도 있고 공유 오피스가 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여행 중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업도구 덕분에 비동기적 협업으로 방향 전환

리모트의 직원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일하지만 비동기적 협업 방식을 통해 실시간 응답 없이도 원활한 업무 진행이 가능하다. 모든 업무는 문서화되며, 슬랙(Slack)·노션(Notion)·룸(Loom)과 같은 협업 도구를 활용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

사무실 운영비 절감도 원격근무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다. 대규모 사무 공간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고 직원들의 출퇴근 비용과 업무 관련 지출도 줄일 수 있다. 리모트, 깃랩 같은 기업들은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부담 없이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리모트가 발간한 '2024 글로벌 인력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고용주의 98.2%가 유연근무 옵션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부르트 CEO는 "리모트가 채용 공고를 올릴 때마다 수만 건의 지원서가 접수되는데 이는 원격근무가 단순한 미래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원격근무를 수용하는 기업은 더 강하고, 더 다양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서도 100% 재택 실험 …"'신뢰' 있으면 가능"

국내에서도 원격근무를 기업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삼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Upstage)는 창립부터 전 직원 원격근무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Anywhere on Earth but Together(AOEBT, 지구 어디든 함께라면)'이라는 모토 아래 사무실 없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필요에 따라 광교·강남·삼성에 마련된 거점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다.

업스테이지 또한 리모트와 같이 슬랙과 노션으로 협업하고 모든 회의는 구글 미트(Google Meet)와 줌(Zoom) 등으로 진행된다. 직원 간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매달 4명씩 온·오프라인에서 무작위 그룹으로 함께 식사를 즐기는 '밥스테이지'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또 매월 1~2회는 전사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매주 1회는 분야별 실무자들이 서로 업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업스테이지는 사무실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인재들과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야 글로벌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는 생각에 창업부터 풀리모트 근무를 시행 중"이라며 "출퇴근 시간에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업무만 진행하면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고 정해진 근무시간 없이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 업무 집중력 및 몰입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물류 스타트업 두핸즈(Do Hands)는 기술·영업·마케팅 등 사업 운영 조직을 제외한 부서에서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메타버스 협업 툴 '게더(Gather)'를 활용해 소통하며 아침마다 짧은 스크럼 미팅을 통해 업무 계획을 공유한다. 신규 직원의 적응을 돕기 위해 팀 전체가 2주간 출근하는 온보딩 제도도 운영 중이다.

고은진 두핸즈 성장전략 이사는 "외근이 많은 부서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오히려 효율적"이라며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이 늘어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용 줄이고 출근길 피로 없애고"

성과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디웨일(D.Whale)도 창립 멤버들과 논의 끝에 '굳이 대면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원격근무를 도입했다.

핵심 가치는 '신뢰'다.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매일 15~30분의 스크럼 미팅을 진행하고 모든 소통은 슬랙 공개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매주 위클리 회고를 통해 업무 내용을 공유하고 가벼운 일상도 나눈다.

구자욱 디웨일 대표는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다"며 "출근만으로 지쳤던 경험이 줄어들고 아이가 있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특히 높다. 지방 출신 직원들도 서울에 자취방을 구할 필요 없이 본가에서 근무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다만 원격근무가 처음인 직원들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비대면 환경에서는 팀원 간 자연스러운 소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 대표는 "입사 초에는 물어볼 것이 많은데 대면일 경우 자리에 가서 커피 한잔하면서 물어볼 수 있지만 비대면이라 질문 타이밍 등을 선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멘토링 제도를 운영해 짧은 단위로 궁금한 점을 해소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