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최고 윙어→여전히 손흥민"…토트넘 '1순위 타깃'에게 클래스 증명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0년 넘게 정상급 공격수로 커리어를 이어온 '클래스'를 뽐냈다.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올여름 스퍼스가 공격지 보강을 위해 영입 대상 1순위로 꼽은 젊은 피 앞에서 한 수 위 기량을 자랑했다. 환상적인 파넨카킥으로 팀을 위기서 구해내며 킬러 본능과 베테랑 면모를 두루 보였다.
토트넘은 이번 여름 전방 보강에 혈안이다. 주 타깃은 앙투안 세메뇨(25, AFC 본머스)다. 영국 'EPL 인덱스'는 10일(한국시간) 커트오프사이드 보도를 인용해 "공격진 개편을 꾀하는 토트넘의 올여름 핵심 목표는 세메뇨다. 이적료 3350만 파운드(약 629억 원)를 책정해 접근 중"이라면서 "올 시즌 9골 5도움을 수확한 공격수다. 보드진은 히샤를리송 대안으로 세메뇨를 최적의 퍼즐이라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둘이 북런던에서 만났다. 손흥민은 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EPL 28라운드 AFC본머스전에 교체 출전, 1골을 수확하며 팀 2-2 무승부에 일조했다. 캡틴 활약을 앞세운 토트넘은 승점 34로 13위를 이어 갔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피치를 밟았다. 세메뇨는 선발로 나섰다. 숫자와 영양가 모두 베테랑이 앞섰다. 슈팅 수는 2개로 같았지만 유효슈팅(1>0) 패스성공률(81.2%>78.9%) 기대득점(0.82>0.12) 등에서 고루 우위를 보였다. 임팩트 면에서도 만장일치 판정승이다. 손흥민은 팀을 수렁에서 건지는 페널티킥(PK) 유도와 눈부신 파넨카킥으로 이날 피치에서 가장 빛난 별이었다.
현지 언론 평가 역시 칭찬 일색이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경기 뒤 손흥민과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에게 팀 내 최고인 평점 8을 매겼다. "손흥민은 본머스 골키퍼의 불필요한 파울을 유도했다"면서 "골키퍼를 속이는 센스 있는 페널티킥까지 훌륭했다. 소속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축구 통계 전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7.1을 부여했다. 풋몹은 평점 7.7을 줬다. 두 매체 모두 손흥민에게 팀 내 세 번째로 높은 평점을 내렸다. 소파스코어 역시 비카리오와 파페 사르(이상 7.9) 다음으로 높은 평점 7.4를 손흥민에게 줬다.

그러나 손흥민은 웃지 않았다. 어두운 표정으로 믹스트존을 향했다. 경기 뒤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그는 "너무 실망스럽다. 승점 3을 얻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홈 경기였다. 모든 팀이 안방에서는 승점 3 획득을 기대한다. 물론 본머스는 좋은 팀이다. 특히 올 시즌은 정말 뛰어나다. 하지만 오늘(9일) 결과는 우리에게 좋지 않다. 우리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구단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반에 좋은 기회가 많았다. 수비진 역시 힘을 냈다. 비카리오 선방이 대표적이다. 실점을 (최소로) 줄였다"면서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는 흐름이 자주 나오는데 이상적이지 않다 생각한다. 더 강하게 초반부터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딱 한 질문에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파넨카킥으로 페널티킥을 완성한 점에 대해서 질문하자 "정말 행복했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전에 페널티킥을 놓쳤다. 이후 팀 훈련이 끝날 때마다 꾸준히 따로 연습했다. 페널티킥을 찰 때 좀더 침착하려 했다. (파넨카킥을 성공할 때) 정말로 행복했다"고 귀띔했다.

손흥민이 해결사 본능을 반짝였다. 이날 본머스전에서 손흥민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마티스 텔, 제임스 매디슨, 아치 그레이, 루카스 베리발, 미키 판 더 펜, 데스티니 우도기, 데인 스칼렛과 함께 대기했다.
오는 14일 AZ알크마르(네덜란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16강 2차전을 대비하기 위한 선수단 이원화였다. 토트넘은 앞서 1차전 원정에서 0-1로 졌다. 안방에서 무조건 2-0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부상에서 복귀한 스트라이커 도미닉 솔란케와 윌슨 오도베르-존슨이 스리톱을 형성했다. 파페 사르, 비수마,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팀 허리를 책임졌고 제드 스펜스, 케빈 단소,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포백으로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를 보호했다.
주전이 빠진 토트넘 공격진은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못 보였다. 기회 창출을 위해 애썼지만 번번이 무위에 그쳤다. 짧은 패스로 전방까지 올라가려 공들였지만 중도에 볼이 자꾸 끊겼다. 소위 파이널 서드로 대표되는 본머스 페널티지역 안으로 쉽게 볼이 투입되지 못했다.

본머스는 결정력으로 응징했다. 전반 42분 밀로스 케르케즈가 왼 측면을 타고 올라오다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고 마커스 태버니어가 골망을 출렁였다. 단소가 뛰어올랐지만 다소 모자랐다. 볼이 머리 위로 지나갔다.
선제골을 뺏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결국 '칼'을 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존슨과 비수마를 빼고 손흥민, 베리발 승부수를 띄웠다. 손흥민은 최근 여러 외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력으로 반등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후반 6분 저스틴 클루이베르트에게 추가 실점했다. 그러나 오프사이드로 취소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토트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9분 손흥민 슈팅이 골대에 맞고 튕겨나왔다.
토트넘은 후반 15분 재차 주전을 투입했다. 이 경기 중요성을 드러냈다. 벤탄쿠르와 로메로를 빼고 매디슨과 판 더 펜을 내보냈다. 하지만 4분 뒤 오히려 일격을 맞았다. 에바니우송에게 실점했다. 클루이베르 패스를 수비진이 잘라내지 못했다.

손흥민이 독려했다. 정신 차리라며 손뼉을 쳤다. 독려 효과가 나왔다. 후반 22분 베리발 패스를 받은 사르가 크로스를 올린 게 그대로 골로 이어졌다.
동점골이 필요한 순간 손흥민이 해냈다. 후반 39분 수비 사이 공간이 생기자 과감히 페널티지역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놀란 케파 골키퍼가볼을 잡으려다 그만 손흥민을 넘어트렸다. 주심 휘슬이 울렸다. PK 선언. 손흥민 발이 케파에게 걸린 게 확인됐다.
키커 손흥민은 '엄청난 킥'으로 동점골을 완성했다. 여유로운 파넨카킥으로 골망을 사뿐히 출렁였다. 파넨카킥은 성공하면 찬사를 받지만 실패하면 조롱을 받는 킥. 경험 많은 베테랑 공격수가 상대 허를 제대로 찔렀다.
통계 업체 '풋몹' 기준 이날 손흥민은 슈팅 2회, 기회 창출 1회, 패스 성공률 81%(16회 중 13회 성공), 드리블 성공 1회, 지상 경합 성공 2회 등을 기록했다. 45분만 뛴 걸 고려하면 준수한 지표다.

손흥민은 이 골로 EPL 통산 127골을 완성했다. 2002년부터 7년간 토트넘에서 활약한 '총알탄 사나이' 로비 킨(126골)을 밀어냈다. 리즈 유나이티드, 첼시, 미들스브러 등에서 활약한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52, 네덜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역대 최다골 공동 16위로 올라섰다.
15위는 현역인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다. 바디는 현재 143골을 넣었다. 차기 시즌에도 토트넘서 뛴다면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다. 물론 바디는 현역이라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144골로 이 부문 14위인 '완전체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42, 네덜란드) 현 페예노르트 감독 기록을 넘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
과거 포트트릭과 15분 만에 해트트릭, '마라도나 골'로 불리는 70m 드리블 골, 코너킥을 직접 골로 연결하는 올림피코(Olympico) 등으로 '골 아티스트'로서 역량을 충분히 다 보여줬다 생각한 손흥민이다. 그러나 그의 테크닉과 '강심장'은 여전히 보여줄 게 많다. 본머스전에서 이 점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럼에도 캡틴은 끝내 웃지 않았다. 그래서 더 놀라운 손흥민이다.
자신보다 7살 어린 세메뇨와 만남서도 클래스를 증명했다. 지난 시즌과 견줘 상대적으로 부진하단 비판을 받는 그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윙어라는 점을 본머스전서 다시 어필했다.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손흥민은 올 시즌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생산한 EPL 레프트윙이다. 이번 시즌도 7골 9도움으로 '10-10' 클럽이 가시권이다. 노병에 관한 잠언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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