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식, 너무 빠른 거 아냐? [한주를 여는 시]

이승하 시인 2025. 3. 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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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동시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깬 동시다.

그런데 이 동시를 읽고 요즘 어린이의 눈높이는 바로 이런 거로구나, 무릎을 치게 됐다.

내게 동시는 윤석중과 이원수의 동시가 다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현실감 있는 동시가 창작되고 있음을 경종호 시인이 나로 하여금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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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한주를 여는 시
이승하의 ‘내가 읽은 이 시를’
경종호 시인의 ‘괜찮다’
어른만큼 큰 어린이의 사생활

괜찮다

올 1년 동안
여자애들에게 고백한 후
내가 들은 말

넌 키가 너무 작아(은솔이)
넌 너무 잘난 체만 해(진송이)
넌 바람둥이야(서윤이)
난 희수를 좋아해, 미안(진희)
넌 내 타입 아냐(다은이)
왜, 왜 하필 또 나야?(다시 은솔이)

괜찮다.

나도 이젠 그 애들은 별로다.
지금은 2반 김소리뿐이다.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 문학동네, 2017년.

동시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깬 동시다. 어린이의 정서 함양, 어린이들에게 교훈이 되는 주제(인성 교육이 될 내용), 도시의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소재, 의성어와 의태어를 많이 써 어휘력을 그쪽으로 높일 것, 표현은 항상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출 것 등등. 그런데 이 동시를 읽고 요즘 어린이의 눈높이는 바로 이런 거로구나, 무릎을 치게 됐다.

나는 서윤이 말대로 바람둥이다. 이 아이 저 아이에게 네가 좋다고, 사귀자고 얘기를 했나 보다. 짜식, 마음에 든다고 그렇게 지조 없이 다 고백하고 다니면 어떻게 하니? 계속해서 뻥뻥 차이기만 한다. 심지어 은솔이한테는 다시금 구애했다가 또다시 뻥 차인다.

[사진 | 문학동네] 

이런 사랑 고백과 거부당함이 어른들 세계라면 '나'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아이들 세계니까 왠지 귀엽고, 김소리하고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라게 된다.

내게 동시는 윤석중과 이원수의 동시가 다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현실감 있는 동시가 창작되고 있음을 경종호 시인이 나로 하여금 알게 했다.

문학동네, 창비, 비룡소, 사계절, 국민서관, 상상출판사는 동시집을 다투어 내고 있다. 동시의 새 세상이 활짝 열렸다. 아이들은 좋겠다.

이승하 시인 | 더스쿠프
shpo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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