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얼룩덜룩' 전염력 센 이 병…"백신보다 비타민A"? 의사들 기겁

박정렬 기자 2025. 3. 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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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 장관의 취임식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최근 10년간 최대 규모로 확산하며 2015년 이후 처음으로 2명의 홍역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해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 중 한명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령기 아동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백신 음모론' 신봉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선임이 감염병 확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케네디 장관은 이달 초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결정은 개인적인 문제"라면서도 "비타민 A가 홍역 사망률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발언해 의사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우리나라도 홍역 환자가 나온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총 16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환자는 49명으로 이 중 1~3월에 15명이 보고됐는데 올해는 이보다 약간 더 많다. 세계보건기구(WHO)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홍역 환자는 약 33만명이었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밟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특히, 국내 홍역 환자는 거의 전부가 베트남에서 감염돼 돌아왔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일 현재 홍역 환자 18명 중 13명이 베트남 방문 이력이 있다. 5명은 국내에서 환자와 접촉해 옮았다. 연령은 0세(3명)부터 50대까지 다양했는데, 이 중 4명은 1차 홍역 백신 접종 시기(12~15개월) 이전 영아다. 베트남 방문 이력을 가진 홍역 환자 13명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홍역 백신 접종을 모르거나, 접종한 적 없는 사람이었다.

베트남은 세계적으로 홍역 환자가 많은 곳은 아니다. WHO 집계에서 지난해 서태평양지역 홍역 환자 1만1062명이 발생했는데 지역별로 필리핀(4001명)이 가장 많고 말레이시아(3753명) 다음이 베트남(2105명)이었다. 그런데도 베트남에서 감염된 사례가 많은 건 이곳을 찾는 한국인이 그만큼 많아서라는 게 질병청의 분석이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베트남은 낮은 백신 접종률에 높은 인구 이동성으로 감염이 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라며 "발진과 같은 주요 증상이 나타나기 4일 전부터 병이 전파될 수 있는 만큼 스스로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주요 10개 국가 홍역 환자 수./사진=질병관리청


홍역은 환자와 접촉한 백신 미접종자의 감염률이 90% 이상일 정도로 강한 전염력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바이러스 중 홍역의 감염력이 가장 높다. 홍역의 기초 감염 재생산 수(환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평균 인원)는 12~18로 수두 바이러스(5~7), 인플루엔자(독감, 2~3), 코로나19 바이러스(1 내외)와 비교해 최대 10배 이상 높다. 공기 매개 감염(airborne transmission)을 통해 퍼지며 감염자가 머문 공간에서 최대 2시간까지 전파력이 유지된다.

감염 시 증상은 3단계로 나타난다. 첫째는 전구기(Prodromal Phase)로 2~4일간 지속된다. 최대 40도의 고열과 기침, 콧물, 전신 쇠약감, 근육통, 두통처럼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확인해야 할 건 눈이 빨개지는 '결막염'과 눈곱, 입안에 생기는 작은 흰색 반점인 '코플릭 반점'이다. 이 경우 홍역일 가능성이 크므로 즉시 환자를 격리하고 적합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홍역 주요 증상./사진=미국질병관리본부,질병관리청


이어지는 발진기(Rash Phase)는 5~7일 지속되며 얼굴에서 시작된 발진이 점차 몸 전체로 퍼진다. 붉은색 반점이 융합되면서 피부가 얼룩덜룩해지고 3~4일째 최고조에 달한다. 끝으로 1~2주간의 회복기에 당도하면 발진이 사라지면서 피부가 벗겨지고 기침, 피로감 등이 점차 호전된다. 마 위원장은 "홍역은 아이보다 성인에서 폐렴, 중이염, 간염, 뇌염과 같은 합병증 위험이 더 높다"며 "보통 해열제나 수액 등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다스리지만, 합병증 발생 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4년 홍역 퇴치 인증을 받았다. 2010년 이후로 홍역을 예방하는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백신 접종률이 97~98%에 달하면서 얻은 '성과'다. MMR 백신 접종 후 10~14일이 지나면 홍역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접종자는 2주 후 항체가 형성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면역력을 확보하게 된다. 2회 접종할 경우 예방 효과가 97%에 달한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여행 전 2회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면역의 증거가 없는 경우) 최소 출국 6주 전에는 접종을 완료할 것"을 권고했다.

[세미놀=AP/뉴시스] 미국에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첫 홍역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미국 텍사스주 세미놀의 이동식 검사장에서 보건소 직원이 차량 탑승자를 대상으로 홍역 검사를 실시하는 모습. 2025.02.27. /사진=권성근


마 위원장은 "성인에게도 MMR 백신은 매우 안전하며, 항체가 이미 있어도 추가 접종 시 건강에 해롭지 않다"며 "지금처럼 홍역이 유행하는 상황에는 베트남을 포함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을 여행할 시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 홍역 감염자와 접촉 후 72시간 이내 MMR 백신을 맞으면 병이 퍼지는 것을 막거나 중증도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케네디 장관이 홍역에 비타민A 치료를 역설한 '근거'는 있다. WHO는 비타민A 결핍이 흔한 지역에서 홍역에 걸린 모든 어린이에게 비타민 A를 권장한다. 다만, 연구마다 효과 차이가 커 아직은 논란이 있고 홍역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양·백신 접종 등의 요인도 살펴봐야 한다. 애초에 홍역을 예방하는 백신과 치료 목적의 비타민A가 동등하게 비춰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인다. 마 위원장은 "백신보다 비타민A를 강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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