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관극’은 지겹다? 놀고 마시는 ‘뮤지컬 펍’ 뜬다
중구 ‘쇼플릭스’ 서빙 직원들
저녁 7시되면 무대 올라 쇼
종로 ‘캐스팅’ 찾은 관객들은
배우 골라 테이블서비스 맡겨
이색경험 데이트코스 ‘입소문’
강원·부산 등 전국 곳곳 확산


글·사진=김유진 기자 yujink0211@munhwa.com
서울 중구 신당역 11번 출구에서 3분 정도 걸어가면 보이는 뮤지컬 펍 ‘쇼플릭스’. ‘뮤지컬 한잔’이라고 쓰인 간판과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듯한 외관이 기대감을 더한다. ‘뮤지컬 펍’은 짧은 뮤지컬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움직이지 않고 숨죽여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는, 이른바 ‘시체 관극’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뮤지컬을 즐기기 좋을 테다. 뮤지컬이 처음인 관객들에게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쇼플릭스’에서는 입장료 1만5000원(예약시 1만 원)만 지불하면 매일 다른 공연을 볼 수 있다. 30분 단위로 미니 뮤지컬이 준비돼 있다. 매시간 정각이 되면 음식을 나르던 직원들은 무대에 오르는 배우로 변신한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3일 오후 7시에는 뮤지컬 ‘위대한 쇼맨’의 메들리가 흘러나왔다. 가게 한가운데에 긴 무대가 있어 배우들은 마이크를 들고 테이블 곳곳을 누볐다. 처음에는 경직된 듯 보였던 손님들은 오후 8시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이 시작되자 이내 긴장을 풀고 즐겼다.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 등 친숙한 음악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곽현걸 사장은 “시체 관극을 안 해도 된다”는 점을 뮤지컬 펍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이곳에서는 뮤지컬을 쉽게 즐기고 다가갈 수 있다”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뮤덕’(뮤지컬 덕후)이 아니라 대부분 뮤지컬을 모르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쇼플릭스’를 찾은 손님들은 젊은 커플, 중년 부부 등 다양했다. 뮤지컬 관람층이 대부분 2030 여성인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보통의 뮤지컬과 달리 배우와 관객이 ‘초밀착’ 할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에 있는 뮤지컬 펍 ‘캐스팅’. 이곳은 손님들이 테이블 서빙을 담당할 배우를 1명 고르는, 이른바 ‘캐스팅’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만큼 배우와 관객의 거리도 가깝다. 뮤지컬 ‘레드북’의 넘버 ‘사랑은 마치’를 부르기 전, 배우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던지자 객석에서는 “행운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캐스팅’에서 1년째 일하는 배우 정예람(25) 씨는 “관객 반응에 맞춰 대사를 바꾸거나 애드리브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관객들이 ‘나만을 위한 공연’을 보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관객 만족도도 높다. 뮤덕들에게는 적은 비용으로 뮤지컬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커플들에게는 이색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을 타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평소 뮤지컬을 즐겨 본다는 유진(27) 씨는 “뮤지컬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눈앞에서 바로 무대를 보다 보니 배우들과 함께하는 느낌이라 좋다”고 설명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캐스팅에 방문한 정종탁(38) 씨는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며 “술만 마시는 것보다 공연도 함께 즐기는 게 더 재밌다”고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뮤지컬 펍이 생기고 있다.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서 최초의 뮤지컬 펍 ‘커튼콜’이 성공한 이후 부산(킨키), 강원 양양(양리단길호텔Y라운지)까지 뮤지컬 펍이 확산하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뮤지컬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기를 원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공연과 음식을 곁들이는 형태의 ‘뮤지컬 펍’은 한국의 독특한 문화다. 원 교수는 “외국에서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인근 펍이나 레스토랑에서 뮤지컬 포스터나 유명 배우의 캐리커처를 전시한다. 이런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한국적 변화가 가미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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