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끼리가 대전에 비 오는 걸 아는 이유 [환경-자연 영화]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2025. 3. 1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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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애튼버러: 신비한 소리의 세계

오감 중 청각은 소리에 관한 감각이다.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공기 속을 전해 오는 파동이다. 사람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공기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파수(진동수)를 가지기 때문이다.

진동수frequency는 같은 모양의 파동이 단위시간 동안 몇 번 반복됐는지를 뜻하는 말이다. 진동수의 SI 단위로는 헤르츠Hz를 쓴다. SI 단위란 국제단위계Systéme international d'unités, International System Units로 전류(암페어A)·온도(켈빈K)·시간(초s)·길이(미터m)·질량(킬로그램kg)·광도光度(칸델라cd)·물질량(몰mol)을 전 세계에서 표준화한 도량형을 말한다.

진동수의 SI 단위인 1Hz는 1초에 1번 주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고, 2Hz는 1초에 2번 주기적인 현상이 일어남을 뜻한다.

가청주파수audible frequency, AF는 보통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범위에 속하는 주파인데 약 20에서 2만Hz(20kHz) 사이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최대 가청주파수는 낮아지게 된다.

대기압의 공기에서 이는 파장wavelength(공간에 퍼져 있는 파동의 한 번의 주기가 갖는 길이)이 17m에서 1.7cm인 음파를 나타낸다. 20kHz 이상의 사운드 주파수를 초음파라고 한다.

몇몇 동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더 넓은 가청범위를 갖고 있다. 일부 개 품종은 최대 6만Hz의 진동을 감지할 수 있으며, 일부 돌고래와 박쥐 종류는 10만Hz 이상의 초음파를 감지할 수 있다. 코끼리는 14~16Hz, 일부 고래는 물속에서 7Hz 이하의 초저주파를 감지할 수 있다.

음량loudness과 음높이pitch는 다르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는 소리에 의해 생성되는 음파의 진폭을 나타낸다. 진폭이 클수록 소리가 커진다. 달리 말하자면 소리의 세기는 그 파동이 얼마나 큰 압력을 갖고 있느냐로 계산되고, 음압音壓이라고 표현되며 단위는 '데시벨dB'을 사용한다.

반면, 소리의 음높이는 음파 진동의 주파수를 의미한다. 즉 소리의 높낮이는 진동수에 의해서만 결정되며 파장과 관련이 없다. 진동수가 높으면 높은 소리, 진동수가 낮으면 낮은 소리로 느낀다. 사람이 심호흡을 통해 폐의 최상단에서 비명을 지르면 30~150Hz, 약 90dB에 해당하는 소리를 생성한다고 한다.

아프리카 사자는 왜 새벽에 으르렁 거릴까

<데이비드 애튼버러: 신비한 소리의 세계Secret World of Sound with David Attenborough(감독 브리짓 애플비 외, 2024)>는 여러 동물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소리를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담고 있는 영국 다큐멘터리이다.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방송인인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내레이터를 맡았다.

아프리카 대초원의 새벽. 이때는 하루 중 사자들이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이다. 해가 뜨면서 차가운 공기가 땅 근처에 갇힌다. 찬 공기는 따뜻한 공기보다 밀도가 더 높기에 소리가 흩어지기 전에 더 멀리까지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자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다른 사자 무리에게 자기 사냥터(영역)의 소유권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는 녀석과 녀석의 무리에게 생존의 열쇠인 셈이지요. 자연의 힘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소리 중 하나입니다."

실제 화면을 보면 사자들이 계속 일정한 간격으로 그르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소리는 최대 8km까지 들린다.

귀신처럼 먹이 찾는 돌고래의 '레이더'

카리브해의 바하마제도. 이곳 모래 갯벌에는 '정원장어'와 '놀래기'가 산다. 정원장어는 모랫바닥에 몸의 아랫부분을 파묻고 마치 수초처럼 몸의 윗부분을 내놓고 물결에 따라 좌우로 흔들다가 작은 물고기가 지나가면 잽싸게 낚아채 모래 속으로 들어간다.

물고기들의 천국인 이곳에 위험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숨으라는 소리다. '알락돌고래'와 '큰돌고래'가 뒤섞인 무리의 소리이다.

이들은 휘파람과 '끼익' 소리로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그 주파수 범위는 인간보다 7배나 넓다. 포개 놓은 그릇 여러 개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돌고래 한 마리당 매일 15kg의 물고기가 필요하지만 하도 요란하게 등장한 까닭에 먹이는 싹 자취를 감췄다. 자, 이제 사냥이 시작된다. 큰돌고래는 휘파람 소리를 초당 최고 200회까지 이르는 빠른 '딸깍' 소리로 전환한다. 이마에 있는 '멜론'이라는 기관을 통해 이런 고주파 딸깍 소리는 음파 탐지 빔처럼 발사된다. 돌고래는 그 소리로 바다의 모래 바닥을 스캔한다.

모래 속에 숨어 있는 물고기에 맞아 반사된 음향은 물고기의 위치를 알려 준다. 놀랍게도 돌고래는 '반향정위'를 이용해 해저에 숨겨진 생물체의 시각적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반향정위反響定位, echolocation란 음파나 초음파를 내어서 돌아오는 메아리에 의해 상대와 자기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을 말한다. 수신된 반향의 특성을 해석해 그 대상 물체의 공간적 위치는 물론, 크기 또는 형태, 종류 등을 판별한다.

큰돌고래가 내는 딸깍 소리의 일부는 인간 귀가 감지할 수 있는 소리보다 10배 더 높다. 고주파수 음향은 근거리에서 가장 효과적인데 돌고래들이 먹이가 있는 곳을 고도의 정확성으로 포착하게 해준다. 위치를 확보하면 돌고래는 수직으로 거꾸로 서서 주둥이를 모래 바닥에 쑤셔 넣어 먹이를 잡아챈다. 마치 발레리나가 한쪽 발로 서서 빠르게 도는 피루엣pirouette을 연상시킨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특별히 개조된 카메라와 레이저 진동계를 사용해 이전에는 화면에 담을 수 없었던 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360 돌비 애트모스를 통해 3D 서라운드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가정에 5.1 사운드 채널을 설치해 놓았다면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자연 세계의 소리를 더욱 실감 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숲에 사는 '큰회색올빼미'는 '침묵의 대가'이다. 절대 깜박이는 법이 없는 샛노란 눈알이 압도적인 이 올빼미는 특수 비행 깃털 덕분에 한겨울 눈 덮인 들판 위를 유유히 비행하며 먹잇감에 소리 없이 접근한다.

50cm 눈 아래 생쥐 발소리를 듣는 올빼미

먹잇감은 눈더미 아래에 숨어 있는 들쥐인데, 온통 눈밭인 광활한 지평에서 들쥐를 찾기란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올빼미가 캐나다 겨울의 극한 추위를 이겨내려면 매일 들쥐 7마리를 잡아먹어야 한다. 올빼미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귀다.

깃털로 덮인 얼굴 아래로 머리통 양편에 있는 올빼미의 두 귀는 높이가 각각 다르다. 소리는 한쪽 귀에 먼저 도달해 먹잇감의 위치를 고도로 정확하게 알려 준다. 유독 뻣뻣하고 빽빽한 깃털들로 이어진, 목도리처럼 커다란 얼굴 깃털은 소리를 증폭시켜 귀로 전달하는 데 유용하다.

50cm 두께의 눈 아래에서 들쥐가 먹이를 구할 굴을 파느라 날쌔게 움직이는 발소리는 우리 인간에겐 들리지 않지만, 올빼미에겐 충분히 크게 들린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특수 카메라에 장착된 60개 고감도 마이크 덕분에 올빼미가 듣는 것을 이 화면을 통해 우리도 들을 수 있다.

케냐 암보셀리국립공원은 1년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아서 건기가 심각한 가뭄이 되었다. 코끼리는 절박한 상황이다. 어린 새끼들은 특히 취약하다. 비가 곧 오지 않으면 어미의 젖이 말라버릴 것이다.

수 킬로미터 내에는 물도 식량도 없어서 우두머리 암컷은 땅을 가로질러 전달되는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160km 떨어진 곳에서 폭풍이 일고 비가 내리는 소리이다. 서울에 있는 코끼리가 대전에서 내리는 폭우 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다.

코끼리의 커다란 귀로 들은 게 아니라 발로 들은 거다. 폭풍 소리가 내보낸 저주파 진동은 땅으로 전달된다. 코끼리 무리는 발의 두꺼운 지방층에 있는 신경망을 통해 진동을 감지한다. 코끼리는 한쪽 발을 들어 올려 무게 중심을 옮김으로써 다른 발로 땅과 더 잘 접촉할 수 있는 두뇌도 갖고 있다.

메시지를 기다리던 우두머리 암컷은 '가자' 하는 낮은 소리를 내고, 자매들도 따라 한다. 이틀간 이동한 끝에 무리는 드디어 물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외에도 날개를 맞물리고 비행 근육을 이용해 온몸을 진동시켜 1초에 최고 370회까지 진동시키는 음파 공격으로 꽃가루를 떨어지게 만드는 '서양뒤영벌', 한여름 애리조나 사막에서 인간보다 90배 더 예리한 귀와 반향실처럼 작용하는 머리뼈 빈 공간을 이용해 희미한 소리까지 증폭시켜 뱀이 조심스레 접근하는 소리를 듣는 '캥거루쥐'의 활약도 담겨 있다.

"동물의 다양한 소리 이용법을 우리는 이제 막 알아가는 중입니다. 인간에게 자연의 소리는 평화와 평온의 원천입니다. 하지만 동물들에게는 사냥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숙달해야 하는 도구입니다."

내레이터의 말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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