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땐 행동주의펀드 더 득세…기업 경영권 흔들린다

김소연 2025. 3. 1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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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기업 경영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야권의 의지대로 상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이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기업 수는 더 늘어날 게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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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정기주총]상법 개정에 떠는 기업들
행동주의 펀드 표적 기업 최근 5년새 10배↑
"경영권 분쟁 벌어지면 이사 부담도 커진다"
주총 시즌 경영권 간섭 심화…기업 경쟁력↓

[이데일리 김소연 공지유 기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기업 경영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가 더 득세하면서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5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우리나라 기업은 지난 2017년 3개에 불과했지만 2022년 49개, 2023년 77개까지 불어났다. 최근 5년 사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된 기업이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야권의 의지대로 상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이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기업 수는 더 늘어날 게 불 보듯 뻔하다.

자료=한경협, Insightia
재계와 학계 인사들은 상법 개정으로 인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개입이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기업의 운신의 폭을 좁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위해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고 하면, 이사는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행동주의 펀드도, 대주주도 모두 주주여서다. 이사 입장에서는 둘 모두에 충실 의무가 생겨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사에서 경영권 분쟁이 있다고 하면, 기존 대주주도 주주고 행동주의 펀드도 주주다. 이사는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사는 배임 우려로 인해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도 “이사들 입장에서는 복지부동하는 게 최고”라며 “사외이사라면 무조건 반대하게 된다. 찬성하면 어느 주주로부터든 충실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까지 겹치면 이사들의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 어떤 행동주의 펀드가 특정 이사를 선임하려 하거나 사업구조를 개편하려 할 때, 현재 경영진이 이를 거부하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권 교수는 “기업에서 갈수록 유능한 사외이사를 모셔오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업 사내이사를 맡는 것도 이사 개인에는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부담하는 책임보험료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사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어,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총회 전자투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단기 이익을 중시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 활동을 벌인다면 기업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3월 주총 시즌 때마다 경영권 간섭이 잦아지고 장기 관점에서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를테면 한 상장사가 당기순이익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려 해도, 행동주의 펀드에서는 배당률 상향을 주장할 수 있다. 이때 배당률을 상향하자는 주주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사 충실의무 위반으로 이사들이 배임죄로 신고·고소를 당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은 장기 관점에서 투자하고 성장하기 위한 노력보다 단기 실적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

강원 세종대 교수는 “경영권 위협이 커지는 환경에서 창업 의지는 없어지게 마련”이라며 “특히 소규모의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들은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방어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누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창업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소연 (sy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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