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간 ‘시간’으로 계산한 법원…법조계 “왜 하필 윤석열부터”
그간 문제 삼지 않던 형사 실무 뒤엎으며 “피의자 보호” 강조
일각선 “최고 권력자의 중범죄 재판서부터 바꾸는 것은 부당”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을 두고 법조계에서 비판이 나왔다. 재판부는 피의자 신체의 자유를 거론하며 구속 기간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최고 권력자가 형법상 가장 큰 죄를 저지른 사건에서 그간의 형사 실무를 갑자기 뒤집으며 인권에 집중한 법원 판단에 의문을 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측 구속 취소 요구를 인용하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거론했다. 이어 “(법조문을)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의자 구속 기간 10일을 셀 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간을 날짜 단위로 제외한 검찰의 계산법이 불합리하다고 봤다. 형사소송법에는 ‘피의자 심문을 하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수사관계 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해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 기간은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실제 심사에 걸린 시간(33시간13분)을 빼지 않고 심사가 있었던 날(3일)을 통째로 빼면 피의자를 더 오래 구속하는 결과를 낳아 피의자 신체의 자유를 더 억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구속 기간에서 체포적부심 기간을 뺀 점도 부적절했다고 봤다. 형사소송법에는 체포 및 구속적부심을 뭉뚱그려 각각 체포 및 구속 기간을 산정할 때 제외한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체포적부심에 걸린 시간을 체포 기간이 아닌 구속 기간에서까지 뺄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런 판단이 기존 형사 실무와 배치된 해석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날’이라는 표현에 근거해 구속 기간을 산정할 때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날짜를 모두 뺐고, 법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피의자 인권을 이유로 그간의 관행을 뒤집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8일 “(법원 결정은) 구속 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명백히 반할 뿐 아니라 수십년간 확고하게 운영된 법원 판결례 및 실무례에도 반하는 독자적이고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해도 그간의 형사·사법적 관행을 최고 권력자의 최고 중범죄 재판에서부터 바꿔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존 형사 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법리의 대변화가 왜 하필이면 윤 대통령 구속 사건에서 시작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앞으로 체포된 피의자들이 구속 기간 중 검찰 조사 등을 회피할 도구로 체포적부심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결정이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런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만 법조문을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등을 보며 부담을 느껴서 책임을 검찰이나 상급심으로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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