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다음은…100년 무이자 영구채 강매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영구채 구상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지명자인 스티븐 미란으로부터 나왔다. 지난해 11월 미란이 발표한 '국제무역체제 재구조화를 위한 가이드' 보고서에는 관련 해법이 명시돼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정책도 이 보고서의 논지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무이자 영구채에 대한 그의 구상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그런데 자유주의에 역행하는 이같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미국 경제의 근본문제가 대외거래를 위한 '준비자산'인 달러화의 과부족에서 비롯된다는 '미란 보고서'에서 그 근원적 문제의식을 찾을 수 있다.
보고서는 달러화를 많이 풀수록 다른 나라는 교역이 원활해 지는 혜택을 보지만 정작 미국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즉 쌍둥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미국이 달러를 공급해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상이하다. 세계 각국이 준비자산인 달러화 수요를 높이면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되자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내 제조업 수출경쟁력은 추락했고, 공장이 문을 닫고 결국 미국 중산층은 붕괴돼 왔다.
트럼프는 이 시점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억제하고 재정수입을 늘려 고질적인 쌍둥이 적자 문제를 타개할 계획이다. 동시에 관세를 무기로 국내 제조업 투자를 유도해 무너진 국력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늘리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 정책은 기본적으로 달러 약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을 강화시키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채권국이 보유한 채권을 사실상 영구채인 만기 100년짜리 무이자 채권으로 교환해 장기금리 상승 위험을 낮추고 약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란은 "장기채권 보유를 증가시키면 (달러화 약세를 위한) 환율 조정 시 달러화 자산 매각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며 "미국 재무부는 시장에서 장기 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외국 정부 기관에 판매하는 100년 채권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은 실제로 심각한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연방 재정적자 규모가 1조8300억 달러라고 밝혔다. 부채 이자비용만 연간 1조16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미란의 구상대로 채권국의 준비자산을 무이자 영구채로 교환한다면 미국은 차입이나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고 장기채권 수요를 유지해 저금리를 유도할 수 있다.

트럼프의 일방주의는 오랜 동맹인 한국에도 거부감을 일으킨다. 최근 트럼프는 미 의회연설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4배나 관세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안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한국에 협상 청구서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주요 대미 흑자국(8위)이면서 미국의 안보자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관세와 함께 무이자 영구채 스왑을 강압한다고 해도 한국은 딱히 대응할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전 세계 금융자산 중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의 미국채 보유규모는 1147억달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와 섣부른 거래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이미 한국은 지난해 전세계 대미 투자 1위를 기록했지만 트럼프는 그와 별개로 대폭적인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관세나 영구채 스왑 역시 그간의 거래와는 다른 계정으로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만수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초장기 국채를 적극 발행해 부채부담을 다른 나라에 전가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개별적인 거래를 시도하기보다는 글로벌 공조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도 "무이자 영구채를 발행한다고 해도 이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며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과 에너지 수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대미투자 확대 등 트럼프의 요구사항과 파급영향 등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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