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87% 강간죄 성립 어렵다…"'동의 없는 성관계'로 성립 요건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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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피해 87.2%는 법적인 의미의 폭행·협박을 인정받기 어려워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술 또는 약물로 의식을 잃거나 상하 관계에 놓인 상태 등에서 이뤄진 성폭력은 비교적 처벌 수위가 낮은 혐의를 적용하는데, 피해자의 관점에서는 모두 강간이기에 강간죄 성립 요건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로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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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피해 87.2%는 법적인 의미의 폭행·협박을 인정받기 어려워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술 또는 약물로 의식을 잃거나 상하 관계에 놓인 상태 등에서 이뤄진 성폭력은 비교적 처벌 수위가 낮은 혐의를 적용하는데, 피해자의 관점에서는 모두 강간이기에 강간죄 성립 요건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로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6일 '2024년 상담통계현황'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상담소가 지속적으로 상담한 모든 유형의 강간(강간, 유사강간, 준강간 등) 피해자 240명 중 구체적인 피해 경위가 확인된 218명의 상담일지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의 없이 발생한 강간 피해 218건 중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 또는 피해자에게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등의 폭행·협박은 28건(12.8%)에 불과했다.
나머지 87.2%는 사건 당시 폭행·협박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피해자가 술과 약물 등으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놓인 경우 △피해자가 만 16세 미만 아동 또는 장애인인 경우 △피·가해자 관계에 위계·위력이 있는 경우 △평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폭행 등 위협을 당했던 경우(강제·강압) 등 각기 다른 이유로 강간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하며 성기 삽입이 있어야만 강간으로 인정한다. 이외의 성폭력은 유사강간, 준강간,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 등으로 구분해 비교적 약한 처벌을 내린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런 구분이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의 관점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상담소는 "피해자의 관점으로 성폭력을 바라본다면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는 모두 강간"이라며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든 없었든, 이성 간 성기 삽입을 했든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했든 피해자의 성적 통합성 및 자율권을 침해하는 강간 행위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보호 및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없음'으로 개정할 뿐 아니라 '적극적 합의'에 기반한 '동의 없음’의 판단 기준을 확립하고 법적·사회적·문화적으로 널리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17, 2018, 2024년 한국 정부에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부부 강간 등 합의되지 않은 모든 성적 행위를 포괄하는, 적극적이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가 없는 성적 행위를 강간으로 정의하도록 형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2023년 유엔 자유권위원회도 대한민국 정부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로 모든 형태의 강간을 협박이나 폭력이 아닌 동의 부재로 정의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동의 없는 성폭력을 강간으로 처벌하는 '비동의강간죄(형법 개정안)'가 발의돼왔으나 21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동의강간죄를 발의한다고 밝혔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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