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환경 급변에 중앙아시아 지정학적 ‘몸값’ 껑충

한겨레 2025. 3.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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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Localization'(제조업 투자진출) 분야다.

러시아에서 다국적 기업의 철수 및 축소로 인한 시장 공동화 현상을 계기로 중앙아시아에서 생산해온 제조 분야를 활용해 의료기기, 가전, 소비재 등 생산을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는 다양한 소득계층으로 인해 프리미엄부터 저가형 제품까지 생산 수요가 있기 때문에 시장 세분화를 통한 제품의 가격 포지셔닝에 따라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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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333333;">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span>
<span style="color: #333333;">세계는 지금 ㅣ 중앙아시아</span>
중국을 방문한 사디르 자파로프(오른쪽)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2025년 2월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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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돼간다. 미국의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인상과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맞물려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중앙아시아에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디리스킹(위험 완화) 속에서 에너지 공급원 및 물류 거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국은 중앙아시아를 자국 경제블록 안으로 편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에 오랜 영향력을 행사해온 러시아와 중국은 각각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상하이협력기구(SCO)라는 다자간 협의체를 통해 협력의 틀을 공고히 하고 있다. 두 국가는 주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새로운 경제블록의 ‘판’을 짜려고 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잰걸음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을 통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과 주요 분야의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도 현재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역 거래의 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하고, 단일 세관 지역 및 단일 서비스 시장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가스관, 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 건설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더 나아가, 역외국가인 베트남, 이란, 싱가포르, 세르비아와 주요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인도와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논의하면서 경제블록화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철도 건설에 대한 양해 협정을 체결하고 2024년 12월 착공식을 열었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산 전기자동차가 급증한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다른 품목에까지 더욱 확대되고 물류 운송로 추가 확보를 통한 기반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특히, 이 철도망은 러시아 영토를 거치지 않고 중동과 유럽 시장까지 연결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증가하면서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신흥개발도상국인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우리 기업들에도 중요한 대응 전략이다. 이들 국가는 높은 경제성장률, 생산 가능 인구 증가, 공급망 안정성 등을 기반으로 수출시장과 투자진출을 통한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사우스는 다양한 기준에 따라 정의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실리적 균형외교를 추구하면서 한국과의 협력에 개방적인 입장을 보인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수년간의 공급망 재편을 산업 고도화 및 제조기반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적 구심력에 대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원심력으로 활용해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인근 거대 시장인 중국, 러시아와 인접한 특성을 강조해 니어쇼어링 효과를 활용한 경제개발 청사진 발표로 이어졌다. 우즈베키스탄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을 마무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규모 2배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카자흐스탄은 에너지, 도로 등 인프라 개발 계획과 함께 우즈베키스탄보다 1년 빠른 2029년까지 GDP 2배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중앙아시아가 자국 산업과 글로벌 경제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대 실크로드 시대부터 중앙아시아는 비단, 종이, 나침반 등 동서양을 잇는 경제블록 간 물류 중심지의 역할을 했다. 약 200년 전에는 영국과 러시아가 원유 등 자원 공급망 쟁탈전을 치른 지역이다. 현재는 원유,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희토류, 우라늄 등 전략적 자원을 보유한 공급원이다. 러시아와 중국 중심의 경제블록과 유럽연합을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이미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한 투르크 경제권과 연결되는 시장이다. 새로운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중앙아시아와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확대를 통해 협력의 기반을 다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아시아 활용 실크로드 전략

이런 가운데 ‘SILKROAD’라는 키워드로 한국과의 경제협력 4대 유망 분야와 4대 진출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4대 유망 분야로는 첫째, ‘Synchronization’(온·오프라인 융합) 분야가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인구 밀집도가 낮아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물류 창고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온·오프라인 융합이 유망하다. 아울러, 소득수준이 증가하고 배송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프리미엄 소매 유통망 진출과 현지 주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카스피·Kaspi, 글로보·Glovo, 라모다·Lamoda 등)에 입점한 벤더들과의 협업 확대를 고려해볼 만하다. 2024년부터 시유(CU) 매장이 카자흐스탄에 개점하고 있는 것도, 더 다양한 한국 소비재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

다음은 ‘Inter-company networking’(대·중소기업 협력 산업) 분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망 재편에 따라 중앙아시아에 신규 혹은 이전에 투자 진출한 기업들과의 협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가 현지 시케이디(CKD, 반조립제품)를 생산하면서 협력사 동반 진출에 따른 엠알오(MRO, 유지보수·수리·검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을 위한 금형의 유지보수 수요, 애프터서비스(A/S)용 부품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모터스의 알마티 조립생산 공장에서 2024년 6월 현대차 제네시스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협력사 동반 진출에 따른 엠알오(MRO, 유지보수·수리·검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REUTERS

셋째로, ‘Localization’(제조업 투자진출) 분야다. 러시아에서 다국적 기업의 철수 및 축소로 인한 시장 공동화 현상을 계기로 중앙아시아에서 생산해온 제조 분야를 활용해 의료기기, 가전, 소비재 등 생산을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는 다양한 소득계층으로 인해 프리미엄부터 저가형 제품까지 생산 수요가 있기 때문에 시장 세분화를 통한 제품의 가격 포지셔닝에 따라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넷째로, ‘Key Mineral Sourcing’(핵심광물 공급 다변화) 분야다. 리튬, 텅스텐, 크롬, 알루미늄 등 핵심 광물 분야의 협력 확대가 가능하다. 카자흐스탄은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크롬 1위, 망간 4위, 우라늄 12위, 구리 12위 등 에너지 광물 자원 부국이며, 티타늄 잉곳(반제품)을 생산해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다만, 중간 무역상을 거치지 않고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4대 진출 전략으로는 첫째, ‘Resource Sharing’(인프라 공유) 제도 활용이다. 현지 진출에 따른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에서 운영하는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공동물류센터 제도 참가,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입주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공개된 정보가 부족하므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협의회를 통해 현장 정보를 공유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는 ‘Open Innovation’(스타트업 협력 확대) 전략이다. 인공지능(AI), 드론, 사이버보안 등 분야의 현지 우수 인력을 채용해 스타트업 간 협력을 할 수 있다. 현지 영재학교와 협업, 국내 과학기술대학에서 수학 중인 중앙아시아 유학생 활용을 통해 중앙아시아에 맞도록 소프트웨어 커스터마이징 수요도 고려해볼 만하다.

길이 열렸을 때 나아가라

셋째는 ‘Agile Partnership’(신속 대응 협력) 전략이다. 중앙아시아는 인근 거대 시장의 변화나 현지 물류 지체 때 재고 부족으로 갑작스러운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거래하는 현지 바이어 등과 교신하면서 긴급 수요, 계절상품 등 시장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최근, 인기가 높은 화장품의 경우 주문자생산방식(OEM) 대응이 가능하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 활용 전략이다. 현지의 유통망 현대화에 따른 시스템통합(SI), 은행 및 결제 시스템 관련 핀테크, 현지 특화된 인공지능 서비스, 드론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과 자원 개발 분야 진출을 고려할 수 있다.

각국이 경제블록화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중앙아시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격언이 있듯이, 카자흐스탄에는 “길이 열렸을 때 바로 나아가라”라는 격언이 있다. 새로운 경제협력의 실크로드가 열리는 중앙아시아에서 우리 기업들이 성공의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기를 기대한다.

김정훈 KOTRA 알마티무역관장 kimjh@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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