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피해 느는데 관련 예산은 ‘칼질’…직원 1명이 2만건 삭제[3·8 여성의날]

디지털성범죄 피해는 매년 급증하는데 정부 예산은 줄었다. 예산 부족으로 인력 충원도 더뎠다. 직원 1명이 연간 2만여건의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4월 디지털성범죄 대응 강화를 골자로 한 성폭력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인력·예산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나라살림연구소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예산 및 인력 분석’ 자료를 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지원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올해 예산은 137억3500만원으로 지난해 본예산(146억9200만원)보다 9억5700만원(6.5%) 깎였다. 이 중 디지털성범죄 피해 대응 사업 예산은 8억4100만원으로 전년대비 3억8700만원이 감액됐다. 서버 확충 사업 등이 종료된 영향이다.
최근 디지털성범죄 피해 증가로 이에 대응해야 할 수요는 크게 늘었으나 정작 지원센터의 인력 증원은 미미하다. 지원센터의 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 건 수는 2018년 3만3921건에서 2023년 27만5520건으로 급증했다. 5년새 9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지원센터 인력은 2020년부터 39명을 유지하다가 올해에서야 2명이 추가 채용될 예정이다. 인력 한 명당 지원 건수는 6720건(2023년 지원 건수 기준)에 달해 2018년(2120건)보다 3배 넘게 늘었다. 특히 불법촬영물 삭제지원팀(12명)은 지난해 1명 당 2만451건의 불법촬영을 삭제했다.
유관 부처의 관련 예산도 줄줄이 감액되거나 동결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유해정보차단기반 마련’ 사업 예산은 지난해 46억6200만원에서 올해 41억9500만원으로 약 10% 가량 깎였다. ‘DNA 성능평가 제도 도입 및 디지털성범죄물 비교식별 기술도입 기술지원 체계 구축’ 예산도 8억6500만원에서 7억7800만원으로 감액됐다. 경찰청의 사이버성폭력 수사역량 및 피해자보호 강화 사업 예산(1억2400만원)과 아동·청소년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 지원예산(1억5200만원)은 동결됐다.

국회에서도 디지털성범죄 대응 예산·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지난해 ‘2025년도 여성가족위원회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예산으로 실제 예산안 대비 약 50억원 늘어난 189억5800만원을 제시했다. 정부의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종합대책 이행을 위해 정규직 27명 추가 채용 인건비(14억2300만원) 및 운영비(9억3100만원) 등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해서도 예산이 81억원 이상 증액돼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이런 심사결과는 지난해 감액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실제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디지털성범죄 관련 제도 개선도 더디다. 기초지자체 226곳중 106곳(46.9%)만 디지털성봄죄 방지 및 피해자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2년 전(66곳)에 비해 2배 가량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이 관련 조례를 만들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기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예산을 따로 책정한 기초 지자체는 지난해 기준 서울 광진구, 경기 성남시, 광주 남구 등 8곳에 불과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올해 4월부터 시행되는 성폭력방지법 개정사항에 맞춰 지자체에 디지털 성범죄 대응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인력은 태부족한 실정으로 정규직 전환과 불법유포물 삭제 전담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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