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서 나비 개체수 20년간 22% 감소

웨스트코스트 레이디(Vanessa annabella)

나비는 수분 매개자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애벌레 단계에서 새에게 영양분 높은 식량 공급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에 의해 서식지를 잃고 살충제 남용으로 지구상에서 나비수는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도 나비 개체수가 최근 20년간 22%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주립대·미시간주립대·빙엄턴대·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미국 48개 주에 걸쳐 554종의 나비를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조사한 나비종의 수가 지난 20년간 감소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6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데이터는 북미 나비 협회 등의 자원봉사자, 과학자가 1200만 마리 이상의 나비를 대상으로 실시한 7만 7000건의 조사를 통해 나왔다. 분석에 따르면 나비 554종의 총 개체수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2% 감소했다. 조사한 종의 약 절반이 42% 이상 개체수 감소를 겪었다. 

연구에 참여한 셰릴 슐츠 워싱턴주립대 연구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나비 개체수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배추흰나비(Pieris rapae)는 개체수가 50% 이상 줄었다. 배추흰나비를 공격하는 특별한 천적이 늘어난 것도, 감염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나비 '웨스트코스트 레이디(Vanessa annabella)'도 80% 이상 개체수가 줄었다. 

가장 많이 관찰된 342종 중 개체수가 증가한 종은 단 9종에 불과했다. 개체수가 증가한 종은 도시 지역의 정원에서도 잘 자라는 나비다. 

연구팀은 종마다 개체수가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살충제가 나비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나비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개체수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일라이자 그레임스 빙엄턴대 생명과학과 조교수는 "나비들은 세대시간이 짧기 때문에 (개체수) 회복이 빠를 수 있다"며 "야생화를 심거나, 살충제 사용을 줄이거나, 뒷마당 일부의 잔디를 깎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처럼 작은 행동들로도 나비들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정부에 보호조치를 촉구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