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생태계를 지탱하는 여성의 힘 [.txt]

한겨레 2025. 3. 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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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 생태계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은 교육출판과 여성이다.

먼저 교육출판은 영유아 도서, 교과서, 학습참고서, 학습지, 전집 등을 합한 것으로 한국 출판시장의 2/3가량을 차지하는 보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22 기준 콘텐츠산업 조사'(2024)에 따르면 일반서적출판업 종사자 1만7612명 중 52%가 여성인데 세부적인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는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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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우리 출판 생태계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은 교육출판과 여성이다. 먼저 교육출판은 영유아 도서, 교과서, 학습참고서, 학습지, 전집 등을 합한 것으로 한국 출판시장의 2/3가량을 차지하는 보루다. 단행본 출판이 대상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집계에서도 지난해 약 31%의 비중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기둥이 왜 여성일까. 책을 만들고 마케팅하는 사람, 책을 구입하여 읽는 사람, 서점과 도서관을 지키는 사람의 성비에서 여성의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교보문고가 집계한 ‘2024년 연간 도서판매 및 베스트셀러 분석’을 보면 전체 도서 구입자의 비중에서 여성이 62%로 남성(38%)을 압도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책(총 47종의 도서 판매량 기준)을 구입한 사람 10명 중 7명은 여성이었다.

책을 즐겨 읽는 독서인구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의 비율이 높고, 그 결과 책이 좋아서 작가가 되거나 출판사, 서점,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도 여성이 많다. 독자나 책 구매자로서 여성이 차지하는 자리가 그만큼 크다. 그럼에도 출판 생태계가 여성 친화적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독서 환경에서도 여성들이 휴대하기 좋은 작고 가벼운 대중서는 많지 않고, 기혼 여성의 경우 일과 육아 및 가사 노동으로 온전히 자신을 위한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출판 현장은 어떨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22 기준 콘텐츠산업 조사’(2024)에 따르면 일반서적출판업 종사자 1만7612명 중 52%가 여성인데 세부적인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는 알기 어렵다. 방송과 게임 분야의 경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매년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하고 있어서 참고할 만하다. ‘2024 방송 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 등을 보면, 방송과 게임 분야 모두 직군별, 고용 형태별로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이 여전하다. 고용 불안전성도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지적되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해 8월 정책협의체를 어렵게 구성하고, 출협 회원 출판사를 대상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이 도출되어 보다 나은 출판사의 노동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다만, 업계 단체에서 이와 같은 조사를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으므로, 다른 문화산업 분야들처럼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정례적인 조사를 통해 출협 비회원사를 포함한 전체 출판계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면 한다.

외주노동자 문제도 해결이 시급하다. 신간 도서를 발행할 때 외주를 의뢰하는 비율은 약 1/3 정도이며, 이 비율은 소규모 출판사의 경우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2023 출판산업 실태조사’). 그런데 외주노동자의 상당수는 주로 출산과 육아 때문에 출판사에서 나왔고, 출판사와 맺는 계약에서 서면 계약 비율은 절반에 불과했다. 낮은 작업 단가와 불리한 임금 지급 방식 등으로 겪는 고충도 크다(‘출판 외주노동자 근로환경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 여성 출판 노동자들이 보다 행복한 환경에서 책을 만들 때, 독자들이 더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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