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아산병원 없었으면, 심장병 아이 태백-서울 오갔어야… 지역서 수술 큰 혜택”

권도경 기자 2025. 3. 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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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시에 사는 50대 김모 씨는 지난해 3월 귀한 아들을 얻었다.

강릉아산병원은 강원 지역에서 유일하게 소아 심장병 수술이 가능한 곳이다.

지난달 21일 강릉아산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대동맥 협착, 폐동맥 협착 등 응급수술이 필요한 신생아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을 빨리 수술할 수 있도록 지역 의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원정진료를 가다가 수술이 늦어지면 여러 합병증이 생기거나 예후가 안 좋을 수 있어 결국 환아들이 가장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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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개혁 완성 시급하다 - <中> 환자에 절실한 ‘지역 의료’
아픈 아동 입원 가족 한시름
강원 유일 소아심장협진팀 있어
의료진 “아이 살렸을때 큰 보람
거점병원, 지역 의료 대안으로”
지난달 21일 강원 강릉시 사천면 강릉아산병원 6층 61병동에서 김영휘(오른쪽)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전보배 소아흉부외과 교수가 후천성 소아 심장병인 가와사키병을 치료 중인 환아를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문호남 기자

강원 태백시에 사는 50대 김모 씨는 지난해 3월 귀한 아들을 얻었다.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심장 소리가 이상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아픈 아이를 안고 강원 강릉시 사천면 강릉아산병원으로 내달렸다. 여러 검사를 마친 후 ‘팔로네징후’란 선천성 심장병으로 판정받았다. 아이는 생후 4개월 때 수술대에 올랐다. 심장기형 탓에 수술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의료진 판단이 나와서다. 심장에 난 구멍을 메운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김 씨는 “아이 수술 후 한 달가량 병원에 있었고 그 이후로도 외래 진료를 여러 차례 받았다”며 “서울로 갔다면 ‘환자방’이나 월세방을 구해야 하고, 아픈 아이를 데리고 장거리 이동을 반복해야 하는 만큼 너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술을 바로 할 수 있는 대형 병원이 가까이 있는 건 지역 주민으로서 큰 혜택”이라며 “아이 수술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강릉아산병원은 강원 지역에서 유일하게 소아 심장병 수술이 가능한 곳이다. 1996년 개원 이후 수술은 총 284건이 이뤄졌다. 지난 2021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맞춰 ‘소아심장협진팀’도 꾸려졌다. 서울아산병원에서 퇴임한 후 이 병원으로 온 김영휘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주도했다. 이후 매년 10건 이상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강원 영동 지역은 물론 울진, 포항 등 경북 지역 심장병 환아들까지 찾아온다.

지난달 21일 강릉아산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대동맥 협착, 폐동맥 협착 등 응급수술이 필요한 신생아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을 빨리 수술할 수 있도록 지역 의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원정진료를 가다가 수술이 늦어지면 여러 합병증이 생기거나 예후가 안 좋을 수 있어 결국 환아들이 가장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협진 체제를 꼽았다. 김 교수는 “소아 심장 분야는 의사 한 명만 와선 발전할 수 없다”며 “심장 내·외과, 소아 마취, 영상의학과 등 협진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의사와 환자들이 모이면서 수술 건수도 늘어나면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의미다. 대안으로는 거점병원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없으면 의사들은 오래 버틸 수 없다”며 “거점 병원을 세워 의료 자원을 집중하면 지역의료체계를 살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1년 협진팀에 합류한 전보배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소아 심장 수술을 해야겠다는 뜻을 가져 강릉에 왔다”며 “아이를 살려냈을 때 보람이 의사로 살 수 있는 가장 큰 동기부여”라고 말했다. 소아 심장 수술은 외과계에서 가장 난도가 높다. 전 교수는 “진단명이 같아도 똑같은 소아 심장 수술은 하나도 없다”며 “소아 심장 수술은 성인 심장보다 도전적인 영역이라 아직도 술기를 배우는 러닝 커브(학습구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 병원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은퇴한 시니어 의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현재 시니어 의사는 6명이다. 이들 진료과는 마취과, 소아과, 소화기내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으로 모두 필수의료 의사다. 시니어 의사인 김 교수는 “환자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임상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 의사를 통해 환자 치료 역량을 강화할 수 있고, 환자 신뢰와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인력 공백을 보완하고, 진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도 있다. 강릉아산병원 관계자는 “시니어 의사들의 인맥을 바탕으로 전국적 의료 협력 체계도 구축할 수 있고, 기존 의료진과 협업해 환자들의 치료 연속성도 보장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강릉=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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