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적자” 트럼프의 압박… ‘대미투자 역할론’ 카드로 대응을[관세전쟁, 위기의 한국]
韓, 5년간 대미흑자 1671억달러
투자액 1169억달러로 늘렸는데
트럼프 행정부 아직 10년전 인식
최근 무역상황 정확히 설명해야
미국산 LNG 수입규모 확대 등
대미 무역흑자폭 감축도 필요


무역 불균형 해소를 비롯해 자국 내 투자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거센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각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은 여기에 방위비 분담 문제까지 더해 미국 정부의 더 큰 압박에 노출될 여지가 많다. 정부는 대미 무역 흑자 규모에 버금가는 대미 투자를 강조하며 미국 경제 내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미국산 LNG 등의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 흑자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폭은 늘었지만 대미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돈을 벌어간다’는 트럼프 행정부 측의 인식이 실제 양국 무역·투자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하던 2017년 이전까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0억 달러 대였다. 2015년 903억 달러의 무역 흑자 가운데 258억 달러가 대미 무역 흑자였다. 2016년에도 892억 달러의 흑자 가운데 232억 달러가 대미 무역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는 전체 무역 수지가 역대 최대인 952억 달러를 기록했음에도 대미 무역 흑자는 178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이후 대미 무역 흑자는 100억~200억 달러 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444억 달러, 지난해 556억 달러로 다시 늘었다.
반면 대미 투자는 무역 흑자와 상반된 추이를 보여왔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투자는 지난 2015년 70억 달러로 그해 대미 무역 흑자액 대비 12.6%에 불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에 처음 당선된 2016년 대미 투자는 전년도의 약 2배인 137억 달러(30.9%)로 늘었으며 1기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153억 달러(54.6%)까지 증가했다. 대미 무역 흑자 대비 대미 투자 규모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퇴임한 2021년 200.7%에 달했다. 139억 달러 대미 흑자의 2배 이상인 279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한 것이다. 2020~2024년 사이 대미 흑자가 총 1671억 달러였던 것에 반해 대미 투자는 1169억 달러(70.0%)였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수년 전부터 이미 한국은 미국에서 벌어가는 돈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관련 인사들은 한·미 간 무역 혹은 경제 관계를 여전히 10년 전 당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우선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미 투자는 도외시한 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에만 집중,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통상 당국 역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으로 이 같은 이슈에 대응할 방침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날 “한국의 대미흑자품목이나 주력수출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피해를 초래한다며 한국 IT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 등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안보 협력과도 연계할 수 있기에 대미흑자축소를 위해 자동차 등 현지생산 확대를 통해 수출증대를 낮추되 에너지 및 무기류·항공기 등에서는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는 좋은 신호”라며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같이 파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양국이 지켜온 것을 조금 개정하자는 것인데, 그 안에서 서로의 요구를 조정하고 협상할 수 있는 채널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도 우리 정부가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봤다. 장 원장은 “우리 정부는 장관급 협의 채널을 가동하면서 5개 분야 실무급 협의체를 구성했고, 알래스카 에너지개발과 조선 사업 협력 등 미국의 안보·경제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며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고, 세제지원과 수출금융지원을 약속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등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외국 정상 중 특별한 성과를 낸 지도자는 현재까지는 없어 보인다”며 “우리 정부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주선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제시할 수 있는 ‘빅딜’ 카드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준희·전세원·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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