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신 혐의 배임죄는 “폐지” 상대엔 “검찰과 짰다”

조선일보 2025. 3. 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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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한국경제인협회 민생경제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류진 한경협 회장. 이 대표는 이 지리에서 배임죄 폐지 의사를 거듭 밝혔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국경제인협회와 간담회에서 배임죄 폐지론을 다시 거론했다. 이 대표는 기업들의 상법 개정 반대는 거부하면서 배임죄 폐지 의사를 밝혔다.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이 대표가 배임죄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작년 11월 경총 간담회에서도 배임죄를 폐지·완화할 수 있다고 했었다. 민주당도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대해 배임죄를 폐지하는 쪽으로 형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기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배임죄 폐지론을 거듭 주장한 것이다. 배임죄가 없어진다고 해서 이 대표 재판에 소급 적용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처벌 근거 조항이 없어지면 사법부의 판단과 양형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배임죄만이 아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 대표가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를 없애고 이를 소급 적용하는 법안을 냈었다. 이 대표는 허위 사실 공표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청구도 신청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위해서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하고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한 바 있다. 죄목 자체를 없애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건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발상이다.

이 대표는 친야 유튜브 방송에서 2023년 9월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민주당 내 일부가 검찰과 짜고 한 짓”이라고 했다. 비(非)이재명계를 향해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집단”이라고도 했다. “결국 총선에서 그게 다 드러나서 (가결파가) 정리됐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들을 보복 숙청했다는 추측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비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통합과 화해의 메시지를 내왔다. 그러더니 근거 제시도 없이 이들에게 ‘검찰과 짜고 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같은 당 의원들이 검찰과 짜고 당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주장은 정치인에게 ‘사형선고’나 ‘선전포고’와 같은 극단적 공격이다. 정치에서 앞뒤가 다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은 보기 드물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친명·비명을 가리지 않고 ‘검수완박’을 외치며 검찰과 갈등을 빚어왔는데 갑자기 검찰과 짜고 했다는 주장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래선 국민 통합이 아니라 당내 진정한 화합조차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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