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 아닌 가방서 아기가 자란다?"… 인공 자궁, 女임신 권리도 빼앗나?

정은지 2025. 3. 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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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자궁 시대, 출산 혁명까지…조산아 치료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
예멘의 과학 전문 인플루언서 하셈 알가일리 프로듀서의 세계 첫 인 공자궁 '엑토라이프'(Ectolife)구상 모습 [사진=EctoLife artificial womb ]

부모가 인공 자궁을 이용해 가방 속에서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2023년 개봉한 영화 '더 팟 제너레이션(The Pod Generation)'처럼 인공 자궁은 여성이 직접 임신하지 않고도 태아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임신과 출산이 더 이상 여성의 몸에서만 이루어질 필요가 없게 된다. 하지만 이 획기적인 변화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여성 몸 밖에서 태아 성장, 대부분 부정적…Z세대가 인공 자궁에 가장 개방적

영국의 종교 및 윤리 문제 싱크탱크인 '테오스(Theos)'는 2292명을 대상으로 인공 자궁에 대한 여론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가 인공 자궁을 반대했으며, 산모나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태아를 여성의 몸 밖에서 성장시키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2%가 인공 자궁을 반대했으며, 찬성하는 사람은 21%에 불과했다. 특히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인공 자궁을 더욱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고, 여성들은 남성보다 인공 자궁을 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젊은 세대 특히 Z세대(18~24세)의 반응은 다소 달랐다. 이 연령대의 42%가 인공 자궁 기술을 지지했으며, 반대 의견을 보인 사람은 32%에 불과했다. 테오스의 디렉터인 차인 맥도널드는 영국 데일리 메일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일수록 과학 발전을 경계하기보다는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아직 부모가 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인공 자궁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역할 위협, 임신 경험을 폄하하는 결말 초래"… 학자들의 우려

한편 인공 자궁이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여성의 역할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70년대부터 여성운동가들은 인공 자궁이 여성의 존재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2012년, 페미니스트 활동가 안드레아 드워킨은 "여성들은 이미 남성을 제거할 힘을 가지고 있지만, 집단적인 지혜로 인해 남성과의 공존을 선택했다. 이제 진짜 질문은, 남성들이 인공 자궁이 완벽해졌을 때 여성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

2022년,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CHOP) 연구진도 인공 자궁의 윤리적 문제를 다룬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서 연구진들은 "이 기술이 임신을 질병처럼 여기게 만들 수 있으며, 여성의 임신 경험을 폄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여성이 자궁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평가될 경우, 인공 자궁 사용을 강요받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생명윤리학자 바르딧 라비츠키 박사 역시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임신 권리가 법적으로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면, 그것이 단순히 태아와의 신체적 분리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물학적 어머니가 되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300번 이상의 실험에서 인공 자궁이 조산된 새끼 양을 4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인공자궁 실험]

인공 자궁, 조산아 치료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

현재 인공 자궁의 가장 현실적인 사용처는 조산아 치료다. 조산아 생존율은 22주 출생 시 10%에 불과하지만, 인공 자궁이 도입되면 이 수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테오스의 설문조사에서도 "태아를 부분적으로 인공 자궁으로 옮기는 경우"에는 52%가 찬성했으며, 특히 "산모가 임신이나 출산 중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에는 62%가 찬성했다. 반면 "임신의 불편함과 고통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공 자궁을 사용하는 것"에는 15%만 찬성했고, 71%가 반대했다.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의 앨런 플레이크 박사 연구진은 300번 이상의 실험에서 인공 자궁이 조산된 새끼 양을 4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플레이크 박사는 2023년 FDA 소아과 자문위원회에서 "인공 자궁의 임상 실험이 신중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인간 대상 실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인공 자궁은 출산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여전히 윤리적·사회적 논란이 크다. 과학자들은 조산아 생존율 향상과 산모의 건강 보호 측면에서 인공 자궁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여성의 역할 축소, 출산의 상품화, 생명윤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 기술이 인류의 진보가 될 것인지, 아니면 여성의 역할을 축소하는 위협이 될 것인지, 앞으로의 연구와 논의가 중요한 시점이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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