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전과 16범, 잡히자 "보고싶어" 여친에 전화…'집사' 일상 즐겼다
[편집자주] 법원에서 징역·금고형을 선고받고도 교도소에 수감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 도주하는 경우다. 이들을 잡아들이려 검찰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거리를 활보하는 범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사관들이 잡으려는 범죄자는 전과 16범인 전직 헬스트레이너 이모씨(29). 과거 감금·사기·상해·주거침입 등 혐의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이씨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 1월 징역 6개월 실형이 확정된 뒤 잠적했다. 이씨는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수억원대 사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수배도 내려진 상태였다.

"안에 있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문 여세요. 안 열면 강제 개방합니다. 3분 드립니다."
이상경 검거팀장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아무 대답이 없자 이 팀장은 문을 수차례 더 두드렸다. 그는 "문을 안 열면 경찰을 불러서 문을 뜯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수사관들의 표정도 굳었다. 한 수사관이 삼단봉과 전기충격기를 꺼냈다. 동행한 기자에게 "흉기를 들고 나올 수도 있으니 긴장하라. 이제부터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척은 여전히 없다. 이 팀장은 이씨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씨가 스스로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설득했다. 다시 문을 보고 "10분 정도 대기했다. 이제는 정말로 문을 개방하겠다"고 외쳤다. 이후로도 대치는 약 10분간 지속됐다. 결국 이씨가 문을 열었다. 수사관들이 빠르게 진입했다. 원룸 안은 담배 연기와 라면 냄새가 뒤섞였다. 수사관들을 마주한 이씨는 수염이 덥수룩했다. 그는 고양이를 안고 서 있었다.

수사관들은 이씨에게 체포 사유를 설명하고 수갑을 채운 뒤 서울동부구치소로 이송했다. 체포된 이씨는 구치소로 향하던 중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내일부터 면회를 올 수 있다. 이제 들어가면 연락이 안 된다. 보고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씨가 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본 이 팀장은 긴장이 풀린 듯 흡연구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 팀장은 현장에서 자칫 동료들이 다칠까봐 늘 걱정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상대방을 흥분시키면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나오도록 최대한 잘 타일러야 한다"며 "강하게 나갈 때와 약하게 나갈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을 강제 개방하는 상황은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며 "문을 뜯고 들어갔는데 체포 대상자가 집에 있던 흉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수사관에게 휘두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오전 9시쯤 현장에 출동한 검거팀이 사건을 해결하고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한 시각은 오후 1시40분. 다른 부서 직원들은 이미 점심 식사를 마친 뒤였다. 이 팀장은 "현장 검거가 길어지면 차 안에서 컵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오늘은 사실 굉장히 빨리 끝난 편"이라고 했다.
검거팀은 미집자들을 집요하게 추적해 검거, 시민 안전을 확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물리적 위험에 처할 때가 많지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삼단봉과 전기충격기가 전부다. 이마저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검찰 수사관은 검사의 각종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데 살상 무기 등을 사용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서다.
이 팀장은 약 5시간 함께 한 기자에게 마지막으로 "검거 과정에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늘 긴장 속에 일하지만 범죄자들이 형을 제대로 받게 하는 일이라서 보람이 크다. 일을 잘 마무리하면 뿌듯하다"며 웃어보였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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