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친기업…주52시간·상법 개정 ‘野 마이웨이’ 반기업법 [이런정치]
李 “기업 경쟁력 최우선 과제” 언급했으나
“상법 개정 흐름 막긴 어려워” 강조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잇단 현장 방문과 간담회 개최로 기업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모습이지만, 실제 행보는 도리어 ‘기업 옥죄기’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중심의 성장 우선 담론을 거듭 외치고 있지만, 정작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정책에 손을 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20일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도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의 기조대로라면 ‘반기업 입장’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국회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한국경제인협회 민생경제간담회’가 진행됐다. 민주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한경협 회장과 만난 것은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시절을 포함해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날 비공식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현재 경쟁에서 국경이 의미 없어지고 있어 기업 경쟁력 악화는 곧 국가 경쟁력 악화로, 기업 경쟁력이 최우선 과제”라고 기업의 중요성을 치켜세우면서도 “기본적으로 투자자가 시장에 갖는 불안감과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 기업 경쟁력도 높아지기 어렵다”면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결국 자본시장 투명화 통해 활성화되면 기업으로서도 자금 조달 걱정 줄어들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국제 표준에 맞추는 것인 만큼 이 흐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계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경협 측은 이날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이 담겨 있다. 재계에서는 상법이 이같은 방향으로 개정될 경우 소액 주주의 소송 남발에 따른 경영 마비와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를 우려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현재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보류한 상황이다. 우 의장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상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보류한 이유에 대해 “교섭단체 간 이견이 매우 크고 여당에서는 좀 더 협의할 시간 필요하다고 했다”며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교섭 데드라인은 정해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3월 임시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고연봉 R&D(연구개발) 인력의 주52시간 초과 근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 관련해서도 특별법이 아닌 기존 근로기준법 특례를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한경협에 “초과 근로가 현행 제도 내에서도 가능하다”면서 “(근로기준법 특례) 3개월 기간을 6개월로 변경하는 것은 노동부의 권한이니 조치하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제외한 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조기 대선이 시행될 경우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 대표가 표면적으로는 기업과 만남으로 ‘친기업’을 내세우지만, 만남의 자리에서 궁극적으로 ‘반기업’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사실상 기업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될 경우 이 대표는 20일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에서도 상법 개정안, 주52시간 제외 반도체특별법의 당위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가 ‘말’로 ‘기업 성장 발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이 대표의 실제 행보를 보면 만나는 것만 부각되고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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