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녀를 위한 작은 건물, 큰 울림이 되다… 프리츠커 수상한 中 건축가
"평범한 시민의 삶 긍정하는 건축"
웨스트빌리지·쓰촨미대 등 30여 곳
"물처럼 장소에 스며드는 건축 추구"
중국 두 번째 프리츠커 수상 쾌거

중국 건축가 리우 지아쿤(68)이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에 이어 2년 연속 아시아 건축가가 수상했다. 아직 국내 건축가 중에서는 수상자가 없다.
프리츠커상을 운영하는 하얏트재단은 4일(현지시간) "건축계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는 2025 프리츠커 수상자로 리우 지아쿤이 선정됐다"며 "그는 유토피아 대 일상, 역사성 대 현대성, 집단 대 개인과 같은 정반대인 것들을 엮어 평범한 시민의 삶을 긍정하는 건축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리우는 1999년부터 고향인 중국 쓰촨성 청두를 중심으로 대학, 박물관, 기념관, 상업 공간 등 3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며 중국의 풍경을 만들어왔다. 중국 건축가의 프리츠커상 수상은 2012년 왕슈 이후 두 번째다.

일상의 새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건축

리우는 건축으로 삭막한 도시에 일상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중국 청두에 2015년 완공된 복합문화상업시설 '웨스트 빌리지'가 대표적이다. 5층짜리 건물은 주변의 고층 건물과 시각적으로 대조된다. 건물 중앙에 자리한 축구장과 조경이 빽빽한 도시에 숨통을 틔운다.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개방된 경사로는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에게 건물 안팎의 전망을 제공한다.
쓰촨미대 조각학과 건물은 밀집도 높은 도시의 공간적 한계를 상부층만 바깥쪽으로 돌출시키는 방식으로 풀어낸 사례다. 이로써 만들어진 독특한 외관으로, 특색 없는 도시 풍경에 리듬감을 준다. "풍경 안에 새로운 풍경을 창조하는 건축가"란 심사평이 무색하지 않다.


심사위원단은 "리우 지아쿤은 끝없이 지루한 주변부를 만드는 경향이 있는 도시에서 건물, 인프라, 조경, 공공 공간을 동시에 구축하는 방법을 찾았다"며 "특정 스타일이나 관습에 의존하지 않고 각 프로젝트의 특성과 요구사항을 다르게 평가해, 일상의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물과 같은 건축 돼야"
1956년 중국 청두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등 예술 방면에 재능을 보였다. 중국 충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낮에는 건축, 밤에는 소설 쓰기에 몰두했을 만큼 문학적 조예도 남달랐다. 그는 프리츠커 수상 인터뷰에서 "(소설 쓰기에 대한 관심으로) 제 건축 디자인에서 내러티브적 특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흔을 앞둔 리우는 인생 대부분을 청두에 머물며 역사와 지역, 자연 환경과 공존하는 건축을 추구해왔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의 황실가마벽돌 박물관의 평평한 처마는 수천 년 전 중국 고대 건축의 정자 형태를 재구성했다. 오피스 빌딩인 '노바티스 상하이 캠퍼스'의 발코니는 여러 왕조에서 세운 탑을 연상시킨다.

그는 "저는 항상 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노력한다"며 "고정된 형태를 지니지 않고 장소에 스며들고자 한다"고 자신의 건축 철학을 설명했다. 중국 쓰촨성 루저우에 있는 얼랑 타운의 톈바오 동굴 지구가 주변 환경에 따라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의 폐허에서 나온 잔해에 밀 섬유와 시멘트를 섞어 만든 '재생 벽돌'을 건축물에 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얏트재단 회장인 톰 프리츠커는 "리우 지아쿤은 건축으로 커뮤니티를 감정적으로 통합한다"며 "그의 건축은 역사, 재료, 자연이 공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재생 벽돌은 노바티스 상하이 캠퍼스, 웨스트 빌리지, 수정방 박물관 등에 쓰였다.
대지진 희생된 15세 소녀 추모관 지어

청두의 후후이산 추모관은 그가 만든 가장 작은 건물이다. 쓰촨성 대지진으로 희생된 당시 15세이던 소녀 후후이산을 기리기 위한 공간으로 구호 천막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타오 홍콩대 중국건축도시디자인센터 부교수는 국내에서 출간된 '서울대-목천 강연'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리우지아쿤'에서 "영웅주의와 애국주의 고취를 목적으로 건립하는 중국의 거대 구조물과는 대조적인, 매우 아담한 추모관이자 어쩌면 중국에서 가장 작은 박물관을 한 평범한 생명에 바친 것"이라며 "평범한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나라 부흥의 기초가 된다는 건축가의 메시지가 강력하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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