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계엄 국무회의록 작성 거부” 알고 보니…선포 시간부터 틀린 대통령실 ‘엉망 공문’ 때문

유선희·강연주 기자 2025. 3. 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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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구 제1부속실장 작성
계엄 선포 ‘오후 10시’ 기재
어떤 자료 근거인지 불분명
국무위원 발언 내용도 없어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이른바 ‘5분 국무회의’ 회의록 작성을 지시하며 행정안전부에 보낸 공문에서 ‘계엄 선포 시간’ 등 기초적인 사실조차 잘못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대통령실에서 받은 자료가 너무 허술하자 “회의록 작성을 위한 자료가 아무것도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강 실장은 지난해 12월30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관련 공문에) 안건명과 제안 이유 등을 직접 적었다”고 진술했다. 행안부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 회의록 작성을 위해 대통령실에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강 실장이 공문을 직접 작성해 행안부에 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 실장은 공문의 ‘제안 이유’란에 계엄 선포 시간을 ‘오후 10시’로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시간은 ‘오후 10시27분’이었는데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것이다.

강 실장은 검찰에서 “계엄 선포문 내용은 보지 못했고 제목만 봤다”고 진술했다가, 검사가 계엄 선포 시간이 잘못 적힌 사실을 지적하자 “계엄 선포문 내용을 보고 기억해서 적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이어 “(계엄 선포문) 제목만 본 것인데, 그 앞에 내용이 ‘2200(오후 10시) 선포’라고 돼 있는 것도 봤다”고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어떤 자료를 근거로 공문을 작성한 것인지에 관한 진술이 오락가락한 것이다.

강 실장은 당시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았고, 회의실에는 10초 남짓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 실장은 “부속실 직원들에게 물어봐서 (참석한 국무위원을) 특정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강 실장은 행안부에 보낸 공문에서 국무위원들의 발언 요지에 관해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국무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국무위원 다수가 “안건과 의결 등이 모두 없어 국무회의로 보기 어렵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것과 배치된다.

행안부는 강 실장이 작성한 대통령실 공문을 받았지만 국무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행안부 관계자 A씨는 검찰에서 “회의록을 작성하기 위한 자료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발언이 없다’는 것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는 다른 것”이라며 “국무회의록에 어떤 회의나 논의가 있었는지 기재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어떤 국무위원이 무슨 발언을 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공문에 기초해 국무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계엄의 법적 요건인 국무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책임을 행안부로 돌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국무회의록 작성을 위해 대통령비서실에서 (지난해 12월) 10일날 (관련 자료를) 다 보내줬다”며 “문서 작성 책임과 권한은 행안부(에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강연주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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