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장벽·자국산업 육성주의에 지자체들도 ‘초비상’

김정훈·권기정·김현수·강현석 기자 2025. 3. 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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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항에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수출용 자동차. 경향신문 자료사진

트럼프 집권 후 관세장벽이 예고되고, 자국 산업육성 우선주의 성향이 노골화되면서 수출 위주 산업구조를 가진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울산·부산·경남·광주 등은 자동차·조선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의 공장이 밀집한 곳이다. 이들 도시는 관세장벽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 부진이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별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최대 대미 자동차 수출 도시인 울산시는 5일 오전 시청 본관 중회의실에서 ‘수출 유관기관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울산중소벤처기업청·중소벤처진흥공단·한국무역협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한국무역보험공사·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등 관내 유관기관들이 총출동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와 자동차·반도체 추가 관세 조치에 따른 지역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울산항 자동자선적 부두.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자동차는 울산의 주력 수출품인 데다 미국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수출액(881억 달러) 중 자동차가 274억 달러로 31%를 차지했다. 자동차 전체 수출실적의 55%(150억 달러)는 미국에서 올렸다.

울산시는 ‘통상정책 비상 대응 전담반(TF)’을 가동해 기업애로 사항에 신속히 대응하고, 이달 내 수출기업 현장간담회를 열어 현장 밀착 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또 싱가포르·베트남 등에 무역사절단을 보내고 중동 시장개척단도 파견해 수출시장 다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수출중소기업 및 위기 기업 지원 예산도 조기 집행한다. 전체 예산의 80.5%인 20억1200만 원을 상반기에 투입할 방침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출보험보증료 지원(1억 9700만원), 국제특송 해외 물류비 지원(1억원) 사업비는 이달 중 집행한다.

이영환 울산시 기업투자국장은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서 울산의 주요 수출 품목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울산 수출의 안정적 성장과 지역 중소기업 수출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부산·광주 등도 “자동차 영향 예의주시”

경남도도 수출입 기관과 자동차 업계 등과 협력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경남 자동차 수출액 36억 4950만 달러 중 미국 수출액이 85.34%(31억 1459만 달러)를 차지한다.

경남도는 이번 주중 한국GM 창원공장과 관세 대응에 대한 필요한 게 없는지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4일부터는 지역 중견업체를 현장을 방문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금명간 15개 중견기업을 상대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 자동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트럼프의 국내 자동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 주력산업과 자동차파트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중소기업 수출보험료와 수출물류비 지원을 확대하고, 수출판로 개척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있는 부산시도 트럼프 당선 이후인 지난해 12월 무역관련 기관 13곳이 참여하는 ‘수출위기 대응 통상대책반’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통상대책반은 기관별 국제 통상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수출 애로사항 파악하고, 기관별 수출지원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 가능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1월 ‘대미 수출위기 대응 기업현장지원단(TF)’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기업현장을 방문해 수시로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통상대책반과 연계활동을 하고 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의 75%를 차지하는 광주시는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11일 ‘광주시 수출산업 경쟁력강화 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수출산업 지원단은 수출기반강화 TF, 수출경쟁력강화 TF 등 2개 팀으로 구성해 광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가전, 모빌리티, 의료헬스케어, 광융합 등 수출산업 분야별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는 트럼프 정부 출범에 대응하고자 올해 3월 ‘대미 통상환경조사단’을 파견해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충북도와 경북도 등 다른 지자체들도 트럼프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TF팀을 가동하거나, 수출활성화 방안을 수립에 나섰다.

트럼프 “조선업 부활” 선언…득실 따져봐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밝힌 ‘미국 조선업 부활’ 선언도 조선업체가 모여있는 울산·경남·부산 등 지자체가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백악관에 조선업을 위한 새 부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D현대중공업 제공

당초 부산·울산·경남 등은 트럼프가 당선 직후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자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 사업(MRO) 진출을 기대하는 등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미 해군의 연간 MRO 사업 물량은 10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 2월 동맹국 조선소에 미 해군 함정 보수정비 또는 건조를 맡길 수 있도록 법안 등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계의 미 함정 및 해안 경비대 선박 수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국내 조선업 최초의 미국의 한 현지 조선소 지분을 100% 인수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며 대미 조선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자국 산업 육성을 우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업 부활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 알 수 없고, 함정 건조 관련 기술 이전과 투자 규모 등의 구체적 요구도 정해진 것이 없어서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게 지역 조선업계 견해다.

한 지역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군수 선박과 상업용 선박을 위한 조선업을 모두 부활시킬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요구 조건을 없었다”며 “자본과 기술, 투자 규모를 얼마만큼 요구할지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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