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HK이노엔, CAR-T 위탁생산 너무 앞섰나…실적 '아직'
'프로디지' 도입 등 제조설비 구축
아직 생산계약 0건…상각비용 발생

HK이노엔이 지난 2022년 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를 위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도입한 고가의 장비 대부분이 여태껏 사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5일 비즈워치 취재를 종합하면 HK이노엔이 약 3년전 경기 하남 세포유전자 연구센터에 도입한 CAR-T 치료제 제조장비인 '프로디지' 20대는 생산용으로 현재까지 한번도 가동되지 못했다.
프로디지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제조에 폭넓게 쓰이는 장비다. HK이노엔은 CAR-T 치료제 사업을 위해 독일 밀테니바이오텍으로부터 이를 구매했다. HK이노엔이 프로디지를 20대나 도입한 것은 자체 연구개발보다 CDMO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하지만 현재까지 HK이노엔은 프로디지를 CDMO 치료제 생산을 위해 한 번도 가동하지 못했다. 임상이나 상업화 단계의 CAR-T 치료제 생산계약을 따내지 못하면서다.

기대보다 사업성과가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HK이노엔이 위탁생산할 수 있는 상업화 단계의 CAR-T 치료제 수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단 6개뿐이다. 국내에서 허가 받은 제품은 두 개(킴리아, 카빅티)로 모두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큐로셀이 개발 중인 CAR-T 치료제 '림카토'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앞두고 있지만 외부 CDMO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은 작다. 큐로셀이 대전에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표준을 적용한 상업용 CAR-T 생산시설을 갖추면서다.
임상시험에 쓰이는 CAR-T 약물을 대신 생산해주는 계약을 따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앱클론, 큐로셀 등 이미 국내 CAR-T 개발사들은 자체적으로 임상용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GMP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시설을 갖추지 못한 개발사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한 제작이 가능한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학병원의 GMP 시설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에 새로운 CAR-T 치료제가 출시되기 전까지 CDMO 사업기회를 발굴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기회 열릴까
성과가 지연되면서 HK이노엔의 CAR-T 제조설비는 매년 상각처리되며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자체적인 CAR-T 치료제 연구개발에 쓰이고 있지만 20대가 모두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HK이노엔이 CAR-T CDMO 사업을 위해 투자한 설비비용은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는 동안 글로벌 CAR-T CDMO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향후 새로운 CAR-T 치료제가 출시될 시점에 가격, 품질 등에서 HK이노엔의 수주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4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미국계 기업인 셀라레스와 3억8000만달러(5500억원) 규모의 CAR-T 생산공급 계약을 맺었다. 치료제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셀라레스의 제조장비(셀셔틀)을 사용해 미국, 유럽 등에서 BMS의 CAR-T 치료제를 생산하는 내용이다.
HK이노엔은 낮은 CAR-T CDMO 수요 등을 고려해 CAR-T 외에 다양한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로 CDMO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 업계의 투자 상황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바이오텍들의 개발(임상시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CAR-T 외에도 첨단바이오의약품 전체 분야로 CDMO 사업을 확장하면서 다수의 외부 업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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