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의 구기 종목, 코프볼을 아시나요?”[인기척]

지선우 2025. 3. 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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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한국서 코프볼 국제대회 개최
세계 코프볼 연맹 “한국, 아시아 코프볼 초석 될 것”
국제 경기에 참여한 '코프볼' 한국 국가대표팀 / 사진=SKC 제공


“런인, 런인” “프리패스”

지난달 서울교대 사향 체육관에는 농구와 비슷해 보이는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다만, 생소한 용어에 경기 형태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선수들은 국내 대다수가 모르는 이 스포츠를 위해 피 나는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포용의 스포츠'로 불리는 코프볼입니다. 체육관에 모인 이들은 한국 코프볼 국가대표팀입니다.

2004년 서울교대는 코프볼 강국인 대만의 대북교대와 자매 교류 과정에서 이 종목을 받아들였습니다. 2006년 동아리로 시작한 이들은 SKC(서울 코프볼 클럽)를 설립하고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며 세계 코프볼 협회(IKC)로부터 한국 대표팀 자격을 부여받았습니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올해 8월 ‘코리아 코프볼 컵(KKC)’ 개최를 앞두고 있습니다.

코프볼이 국내에서는 생소한 종목이지만,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즐기는 스포츠입니다. 1902년 네덜란드 체육교사 니코 브로쿠이센이 스웨덴 여행 중 우연히 본 ‘링볼’이라는 게임에 착안해 코프볼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세계 곳곳으로 퍼지며 현재 국제 코프볼 연맹(IKF)에는 한국을 포함해 72개국이 속해 있고 매년 국제 대회도 열립니다.

농구와 코프볼 비교표 / 일러스트=지선우 인턴기자


코프볼은 농구와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두 종목 모두 양 끝에 위치한 골대에 공을 넣는 것이 목표입니다. '코프볼'의 어원도 네덜란드어로 바구니라는 뜻을 가진 ‘코프(Korf)’와 공인 ‘볼(Ball)’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다만 코프는 높이가 3.5m로 농구 골대보다 높고 백보드가 없습니다. 점수 체계도 농구는 거리별로 다른 반면, 코프볼은 골을 모두 1점으로 계산합니다. 또 농구와 달리 드리블이 불가해 패스와 움직임만으로 경기를 운영합니다.
코프볼은 왜 포용의 스포츠인가…직접 해보니

국제 경기에서 득점을 한 '유민희' 선수 / 영상=IKC 제공

코프볼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포용’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됩니다. 체육 교사였던 브로쿠이센이 당시 성평등과 협동, 평화적 플레이라는 3가지 원칙을 규칙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코프볼은 구기 종목 중 유일한 남녀 혼성 스포츠(남자 4·여자 4)입니다.

혼성 스포츠이지만 성별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남자는 남자가, 여자는 여자가 수비하기 때문입니다. 신장 차이도 극복 가능합니다. 슛을 쏠 때 수비수와 한팔 이상 떨어져야 해 장신이라고 무조건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신체적 충돌을 지양해 부상 발생이 다른 종목보다 적습니다. 팀플레이도 강조됩니다. 남녀 모두가 즐겨 성평등이, 드리블 대신 패스와 움직임 위주로 경기가 진행돼 협동이, 신체적 충돌을 막아 평화적 플레이가 중시됩니다.

경기는 전후반 25분씩 진행됩니다. 8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다시 4명씩(남 2•여 2) 수비팀, 공격팀 두 팀으로 나뉘어 양 측 골대로 이동합니다. 예컨대 A국과 B국이 경기를 할 때, A국 공격팀이 B국 골대로, B국 수비팀이 자신들 골대를 지키는 것입니다.

본 기자도 대표팀 훈련에 참여해봤습니다. 코프볼은 지금껏 해보지 못한 새로운 스포츠였습니다. 팀원 간 빠른 소통과 협력이 필요했고, 득점했을 때 모두가 함께 만들었다는 기쁨이 더욱 컸습니다. 선수 각자가 공을 확보하는 시간이 짧아 템포가 빠르고 박진감도 넘쳤습니다.
호르헤 알베스 IKF 수석 부회장 “한국 코프볼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할 것”

호르헤 알베스 IKC 수석 부회장 / 사진=IKC 제공

호르헤 알베스(Jorge Alves) IKF 수석 부회장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코프볼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여러 어려움 속에서 한국 내 코프볼을 유지하고 성장시킨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한국 대표팀의 노력이 한국과 아시아 지역 코프볼 발전의 초석(cornerstone)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8월 개최되는 ‘코리아 코프볼 컵(KKC)’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습니다. 알베스 부회장은 “한국 대표팀의 헌신과 조직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대회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KKC에는 일본과 대만, 그리고 독일이 참가를 확정했고 다른 국가들은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대만 훈련에 참가한 한국 코프볼 국가대표팀 / 사진=SKC 제공


이번 대회는 대표팀에게 의미가 큽니다. 지금의 국가대표팀이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선수들 대다수가 그만두고 훈련할 공간도 구하지 못해 해체 위기까지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대표팀 김인수 코치와 남은 선수들은 팀을 훈련에 매진했고 KKC 개최라는 업적을 이루어냈습니다.

이승빈 주장은 “KKC를 통해 전 세계 코프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존재를 알리겠다”며 “국내에도 코프볼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는 바람도 밝혔습니다. 그는 “실제 유럽에서는 60대 이상 어르신들도 코프볼을 즐긴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알베스 부회장은 국내 코프볼 대중화를 위해 지역 사회와 학교를 중심으로 한 대중화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초등학교 일부에서는 코프볼 교육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서울교대 출신 코프볼 선수들은 교육적 강점이 큰 코프볼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코프볼과 교육의 상관관계를 다룬 논문이 학계에 다수 보고되고 있기도 합니다. 김인수(37) 코프볼 국가대표팀 코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코프볼 교육의 효과를 언급하며 “교육적 측면에서 함께 어우러지고, 그 가운데 협동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선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sw99033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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