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때와 너무 다르네… ‘보스 레이디’로 변신한 멜라니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백악관에 복귀한 배우자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갑작스러운 스타일 변화가 화제로 떠올랐다. 트럼프의 첫 임기(2017~2021년)엔 모델 출신답게 날씬한 옷맵시와 화사한 스타일을 주로 선보였던 멜라니아가 최근에는 남성적인 바지 정장을 잇따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멜라니아 본인이나 백악관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미 언론과 정가에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멜라니아가 3일 한 좌담회에서 선보인 슈트가 대표적이다. 멜라니아는 상·하의에 조끼까지 갖춘 베이지색 스리피스 슈트에 검은 넥타이까지 매고 등장했다. 슈트와 똑같은 베이지색 구두를 신고 손에는 검은 클러치백을 들었다.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는 멜라니아가 백악관 복귀 이후 트럼프 없이 단독으로 나선 첫 공식 일정이었다.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꾸며낸 가짜 콘텐츠)와 불법 촬영물 등 온라인 성범죄에 대응하는 입법을 촉구한 좌담회 내용 못지않게 과거와 180도 달라진 의상이 이목을 끌었다.
멜라니아는 지난달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 초청 만찬에도 트럼프와 나란히 검은색 턱시도 차림으로 등장했다. 셔츠 단추 두 개를 풀어헤친 멜라니아는 검은색 나비 넥타이로 격식을 차린 트럼프보다 더 당당하고 과감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만찬 자리에서 대통령이 턱시도를, 여성 배우자가 드레스를 입는 공식을 깨뜨린 것이다. 멜라니아는 지난 1월 트럼프 취임식 때도 챙 넓은 모자로 시선을 감추고 짙은 남색 코트를 입어 “마피아 미망인이나 종교 집단의 고위 성직자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공개된 공식 프로필 사진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는 멜라니아는 흰 셔츠의 맨 위 단추를 풀어헤친 어두운 정장 차림이다. 멜라니아가 입은 재킷은 깃의 꼭지가 예리하게 솟은 피크드 라펠(peaked lapel)로, 일반적인 재킷보다 화려하면서도 위엄과 권위를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통한다. 배경에는 역대 대통령 부인 사진에 단골로 등장하던 꽃이나 진주가 아니라 조지 워싱턴 기념탑이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멜라니아도 트럼프 1기 땐 전통에 부합하는 사진을 남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이번 사진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퍼스트레이디(대통령의 아내)보다는 보스 레이디(여성 보스)에 가깝다.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 정치인 같은 인상을 풍긴다”고 평했다. 트럼프 1기 당시의 프로필 사진에서도 멜라니아는 검은 정장 차림이었지만 양손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스카프가 주는 느낌이 이번과는 확실히 달랐다.
트럼프 1기에 멜라니아가 바지 정장을 입은 경우는 4년 동안 겨우 서너 번에 불과했다. 당시 바지 정장은 멜라니아가 입을 때마다 의도를 분석하는 기사가 나올 만큼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트럼프의 재선 선거 운동 기간에도 멜라니아가 바지 정장 스타일을 선보인 적은 거의 없다.
백악관 재입성 직후부터 의상 콘셉트가 달라진 배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멜라니아가 트럼프 취임 후 공식 석상에 드물게 모습을 드러냈고, 아직 보좌 조직도 제대로 꾸려지지 않아 정확한 분석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NYT는 “멜라니아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남편(트럼프)처럼 비즈니스의 최전선에 서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멜라니아는 암호 화폐 ‘멜라니아 코인’을 발행했고, 두 번째 백악관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으며, 여전히 온라인에서 회고록을 비롯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BBC는 “멜라니아는 백악관에서의 첫 체류에서 다소 꺼렸던 권력 행사를 더 많이 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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