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한 대만 “보조금은커녕 안전보장 약속도 없어”
“TSMC, 현지 투자·고용 줄이거나
기술 우위 사라질 가능성” 의견도
“실리콘(반도체) 방패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TSMC의 1000억달러(약 146조원) 규모 미국 신규 투자건이 3일 발표되자, 대만 현지에서는 반도체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반도체는 중국의 위협에서 대만을 지키는 전략 산업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대만 안보에 관심을 갖는 것은 TSMC가 대만에서 생산하는 최첨단 반도체가 큰 역할을 한다. 최첨단 반도체의 약 90%는 대만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TSMC는 대만의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린다. 하지만 TSMC 생산 시설이 대거 미국으로 옮겨 가면,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대 외국 단일 기업 최대 투자액을 들고 온 TSMC의 웨이저자 회장 앞에서 보조금은커녕 대만의 안전 보장도 약속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대만 공상시보는 4일 “부다페스트 안보 각서의 반복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는 1994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미국, 영국과 체결했는데, 우크라이나가 구소련 시절 보유하던 핵무기를 러시아로 넘기는 대신, 영토와 안전 보장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2022년 전면 침략으로 휴지 조각이 됐다. 대만 경제일보는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 대가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 약속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번 투자로 대만이 큰 손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다런 대만 국립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합보에 “TSMC는 잘못된 결정을 했고, 좋은 카드를 잃었다”고 했다. TSMC가 1000억달러라는 막대한 투자를 조달하기 위해, 대만 현지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만 현지에서는 “이번 미국 추가 투자로 대만 내 TSMC 생산 비율이 75%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미국 내 R&D 센터 신설 계획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대만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인 R&D가 미국 현지에서도 이뤄지면, 기술 우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1994년 12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소련 해체로 독립한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러시아·미국·영국이 체결한 핵 이전·폐기 각서. 소련 시절 개발·생산돼 남은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가로 안보와 경제를 지원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휴지 조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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